AI 시대, 우리 지능은 '근손실' 중일까?

by 서양수

소크라테스는 ‘글자가 보급되면 사람들이 머리 쓰는 법을 잊고 영혼 속에 망각을 심게 될 것’이라며 혀를 찼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비슷했다. 지인의 전화번호 하나 외우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를 보며 인류의 지능 퇴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인류는 늘 도구를 포기하는 대신, 단순 암기 같은 ‘가성비 낮은 일’을 기계에 맡기며 더 창의적인 고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문명은 진보해 왔다.


그런데 이번엔 상대가 좀 세다. 생성형 AI는 단순히 기억을 돕는 수준을 넘어 ‘생각’ 그 자체를 대신해 주겠다고 나섰다. 과연 AI는 우리 지능을 업그레이드해 줄 날개일까, 아니면 우리의 사고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독이 든 성배일까?



효율성이라는 이름의 함정


심리학에는 인간이 가급적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지 과정을 처리하려 한다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이론이 있다.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복잡한 추론보다는 날로 먹는(?) 직관을 선호한다. 헬스장 등록만 하고 안 가면 근육이 빠지듯, 우리 뇌의 사고력도 고통스러운 ‘숙고’를 거치지 않으면 금방 시든다.


실제로 스위스 경영대학원(IMD)의 마이클 게를리히 교수 연구팀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666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기억력, 정보 검색, 의사결정 같은 인지 작업을 수행할 때 AI에 의존하는 정도를 달리하며 변화를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AI에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의존할수록 참가자들의 문제 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스로 길을 찾는 대신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다 보면 결국 지도 읽는 법조차 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AI가 주는 ‘빠른 정답’에 중독될수록, 우리는 정답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리고 있다.



‘정서적 동기화’가 만드는 확증 편향의 늪


지능 저하보다 더 교묘하고 위험한 것은 AI가 만드는 ‘가짜 공감’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정보과학연구소는 1만 7,000건에 달하는 AI 챗봇과 인간의 대화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AI 챗봇이 사용자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정서적 동기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면, AI는 객관적인 상황을 짚어주기보다 “맞아요, 그런 사람들이 진짜 문제예요”라며 적극적으로 동조한다. 사용자의 지배적인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는 ‘미러링(Mirroring)’을 통해 관계를 깊게 만들려는 AI의 특성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동조가 인간의 감정을 증폭시켜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AI의 맞장구에 취해 부정적인 감정에 깊이 빠져들거나, 심지어 AI의 기계적인 표현을 ‘사랑’ 같은 진심으로 착각해 맹신하게 될 수도 있다. 내 오류를 교정해 줄 비판적 시선은 사라지고, AI라는 거울을 보며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라고 자아도취에 빠지는 ‘에코 챔버’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마케터 인사이트: ‘답’이 아닌 ‘맥락’을 보자


이 지점에서 마케터들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가 “이 타깃에게 이 카피를 쓰세요”라고 정답을 툭 던져줄 때, 우리는 과연 더 유능해지고 있는 걸까?


AI는 과거의 데이터와 평균의 법칙 위에 존재한다. 하지만 위대한 브랜드와 혁신적인 캠페인은 언제나 데이터가 “아니요”라고 말할 때, 인간적인 직관과 삐딱한 의심으로 “예”를 외친 순간에 탄생했다. AI가 그려주는 페르소나와 타기팅에만 의존한다면, 시장의 미세한 변화(Nuance)와 아웃라이어(Outlier)가 주는 혁신의 신호를 놓치기 쉽다. 데이터가 정답을 말할 때 그 이면의 ‘왜?’를 질문할 줄 아는 능력, AI의 효율성 너머에 있는 ‘인간적 매력’을 한 방울 섞을 줄 아는 감각이야말로 AI 시대 마케터의 진짜 생존 전략이다.


우리는 원자력이 위험하다고 해서 에너지 기술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기술의 한계와 취약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사고를 ‘대체’하는 엔진이 아니라 사고를 ‘검증’하는 비서로 다루어야 한다.


AI가 주는 답변에 기꺼이 딴지를 걸고, 의도적으로 나와 반대되는 관점을 물으며 사고의 균형을 잡자. 질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 AI는 우리 지능을 퇴화시키는 독이 아니라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진짜 지능은 ‘답을 잘 내는 능력’이 아니라 ‘답을 의심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 참고 기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8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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