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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KI Dec 10. 2017

[Tip] 설계자들의 뻔한 거짓말  

결혼하면서 피해야 할 타짜들의 거짓말 Top 3

결혼 준비는 선택의 연속이다. 결혼식 날짜와 장소부터, 행주와 앞치마는 무슨 색깔로 사야 할지 까지. 살면서 이렇게 많은 선택을 다이내믹하게 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문제는 그 선택이라는 게 참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누구나, 아니 대부분은 결혼이 처음이니까. 난생처음 해보는 결정들에 어떤 기준이 들이대야 할지 헷갈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안타까운 건 이런 우리의 취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의 결혼식을 둘러싸고 존재하는 결혼 산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의 취약점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살벌하게 파고든다.


아, 여기서 분명히 해 둬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가 그저 심심해서 구매했다가 변심이라는 쿨한 이유로 반품을 하는 게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듯, 그들이 우리의 욕망과 무지를 파고들어 조금이라도 더 지갑을 열개 만드는 것 또한 불순한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자본의 논리가 그렇게 생겨먹었다. 우리가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준비했다. ‘선수'들이 쓰는 말은 어떻게 다를까. 결혼 준비를 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 타짜들이 쓰는 말 Top 3!



1단계 - “전체 결혼식 비용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 물론 맞는 말이다. 전체 결혼식 비용 중 예식 비용만 생각하면 평균 7천7백만 원. 게다가 거주지 마련까지 포함하면 평균 2억 6천만 원*이라는 큰돈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에 비하면 몇십만 원 아니 몇백만 원은 실은 작은 돈이 맞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예식비용은 수백 명의 밥값과 장소를 빌리는 임대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는 것. 게다가 집값까지 포함시키면 분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얘기다. 그러니 전체 금액과 비교해 보면, 어떤 것을 가지고 온 들 적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평소에 온라인 쇼핑하며 배송비 아끼려고 쏟아부었던 노력을 떠올려 보자. 악착같이 쿠폰을 모았는데 중국집이 문을 닫게 돼 분노에 치를 떨었던 경험은 또 어떨까. 호기롭게 결혼 준비하기엔 곧 마주치게 될 일상에게 너무 미안해질 짓은 하지 말자.

(*출처: 듀오웨드)


2단계 -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 이잖아요.”


1단계 멘트에 깔려 있는 전제는 이 정도 아닐까. ‘이 계약이 너에게 큰 효용을 줄 수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가격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야.’ 그런데 레벨 2의 멘트는 지금 이 가격이 비쌀 수 있다는 건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구매의 의미를 한번 되짚어 보라는 강한 암시를 보낸다. 물질보다는 좀 더 고차원의 정신적인 욕구를 자극한달까. 그러니까 지금 이 선택을 가격의 문제가 아닌 일생일대의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선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대단한 인생 이벤트를 그저 그렇게 날려버리는 어리석은 놈이라는 비웃음도 양념으로 칠한다면 말해 뭐해. 김장철 소금에 절여진 배추처럼 맥을 못 추게 될 것 같은 건 내 모습뿐일까. 그러나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도 있다. 크게 한방 지르는 것도 기쁨이지만 잔잔하게 여러 번 지르는 일상의 행복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3단계 - “아니, 아직도 안 하셨어요?”


마지막 레벨. 이 말의 전제는 ‘지금 당신은 당연하게 해야 할 걸 아직도 안 했다. 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이다.’는 것. 선택의 문제를 단숨에 ‘의무’로 승화시켜 버리는 놀라운 수사다. 다른 이들이 모두 했다는 말. 그리고 엄청나게 늦었다는 말은 뭔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죄책감까지 느끼게 만든다. 이런 말은 흔히 나만 뒤쳐져서 마음이 쫄렸던 악몽을 강제 소환시키며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너 아직도 방학숙제를 안 냈어? 너 아직도 여자친구가 없어? 너 아직도 취업을 못했어? 너 아직도 못생겼어? 너 아직도? 아,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에이 뭐 이 정도쯤이야.'정도로 넘길 수 있는 말 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어쩌면 선택의 문제 앞에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는 누군가가 선택의 명분을 만들어 주길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바로 위와 같은 명분을 말이다. 이걸 사면 우리 커플이 두고두고 사용하며 더 행복해질 수 있겠지. 이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거니까 유용하겠지. 이렇게 상상하며 말이다. 행복의 본질이 그런 것들이 아니란 걸 잘 알지만 실은 선택의 명분 앞에 한없이 약해지는 건 나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어차피 한 번뿐인 결혼. 기분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두고두고 누려야 할 행복을 좀 더 미루는 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뭐 다 아는 말을 이렇게 길게 했냐고? 그땐 좋았는데 지금은 심드렁해진 것들. 그땐 좋아서 샀는데 지금은 안 쓰는 것들이 집에 너무 많아서. 두꺼운 결혼 앨범, 결혼하고 세 번 정도 써본 커플 진동 칫솔과 먼지가 왕창 쌓인 수입 토스트기 때문에 꼭 이런 말을 한 건 아니다.


/ 다음 편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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