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로 내 책 출판
선배 K가 '그 얘기'를 꺼낸 건 어두운 회의실에서 였습니다. 고해성사를 하러 들어온 듯 살짝 긴장한 그의 모습. 답답한 마음에 제가 먼저 말을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형?”
“음. 그게 말이야.”
“네! 그게 뭐요?”
“너 말이야…”
“나 뭐요?”
“이번에 낸 책은 좀 팔려?”
“크하하. 아니, 맥락도 없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덩치에 안 맞게 긴장한 그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웃음소리가 새 나갈까 조용한 사무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치를 살핍니다. 조심스러운 작당 모의라도 하려는 듯. 그는 한정판 피규어를 사러 온 덕후 같은 모습입니다. 그가 조심스럽게 한 말의 요지는 이것!
그도 책을 쓰다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출간한 책을 보고 묻는 것 같습니다. 실은 선배 K처럼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본인들도 책을 쓰고 싶다며 말이죠. 제가 회사를 다니며 책을 내는 것을 보고 좀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뭔가 문턱이 더 낮아 보이기도 하고 만만해 보이기도 한 것 같아요. 뭐든 좋습니다. 제 한 몸 샘플이 되어 평범한 사람들의 작가 데뷔가 늘어날 수 있다면야. 이 또한 기쁨 아니겠습니까.
“안 그래요 형? 으하하하.”
신나게 웃어재낀 후 저는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형이 이렇게 진지하게 관심 있어할 줄 몰랐네요. 아무튼 그래서 무슨 책을 내고 싶은 건데요?”
호기심이 생겨서 더 물었습니다. 니가 찾는 피규어가 정확히 뭐냐고 집요하게 묻는 악덕 사장처럼.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가 당황하는 게 재미있어서 더욱 낄낄거리며 말이죠. 생각해 보면 어디 선배 K뿐일까요.
우리 모두는 마음속 한구석에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로망이랄까요. 가슴속에 소설책 한 권 묻어두고 살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근데 그거 알아요? 요즘은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세상이래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책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책의 종류는 더 다양해지고 책을 내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말이죠. 저 같은 평범한 회사원도 책을 내고 있으니 할 말은 없네요. 그렇지만 뭐 어떻습니까. 자기표현 욕구가 다양하게 표출되는 중이라고. 그렇게 저는 기분 좋게 해석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니까요.
"형! 그럼 나랑 한번 해봐요! 내가 영업비밀 대방출할 테니까 꼭 멋지게 성공해 봐요!”
책을 쓰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조심스레 묻는 선배 K를 보며 말했습니다. 처음 책을 쓰려고 어리바리하던 제 모습이 떠올라서였을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글부터 써야 하나
출판사부터 만나야 하나
글을 쓴다면 대체 얼마나 써야 하나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서 글을 썼는데
결국 책으로 만들어지지 못하면 아까워서 어쩌나
그렇게 출판사에 노크를 하며 벌벌 떨었던 것 같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출판 과정에서 조마조마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죠.
계약서를 잘못 쓴 건 아닐까. '구름빵' 사건처럼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건 아닐까. 예민하게 굴면서 표현 하나하에 전전긍긍했던 것도 떠오르네요. 문장 하나 수정하는데 열을 올리며 대판 싸웠던 것도 기억도 나고요.
지나고 나서 보면 실은 별것 아닐 수 있는데 그땐 왜 그렇게 모든 게 걱정거리였고 또 어리숙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선배 K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먼저 경험했던 것들을, 그리고 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하나 알게 된 방법들을 공유해 줘야겠다!
표준계약서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 무료법률상담을 해주는 곳을 알게 되기 까지. 제안서에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몰라서 검색에 검색을 하며 밤을 지새우던 날들까지. 얼마나 많은 삽질을 했는지 저 스스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말이죠. 실은 이 모든 게 대단한 건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에게 출간의 기쁨을 알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이야기가 책이라는 형태로 서점 매대에 깔려있는 것을 보는 기분! 그 기분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어지요. 저는 아직까지도 첫 번째 책이 출판되었을 때의 기쁨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 좀 오버스러운 감격에 젖어 몇 번이나 표지를 쓰다듬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배가 아파 난 자식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그렇게 AI와 사랑에 빠졌다는 영화 [ Her ]의 남자 주인공처럼 책 표지에 얼굴을 비비며 책이랑 사랑에 빠져 버리는 그런 상상도 해 봤습니다 다. 어쨌든 그에게는 제가 느낀 기쁨 그 이상을 선물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화분처럼 앉아서 일을 하는 그에게 새로운 보람을 안겨 주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참고 참으며 참모로써의 역할에 머무르며 살아가는 이가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아마도 저를 포함해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이 공통으로 갖는 애환일 겁니다. 굳이 거창하게 마르크스까지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노동과 일로부터 얼마나 소외되는 삶을 살고 있냔 말이죠.
내 일에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하며, 참모가 아닌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반대로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글을 쓴다는 것. 책을 펴내 내 이야기의 창조자가 되는 경험.
그것은 내가 만든 세상의 신이 되는 체험입니다.
그야말로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짜릿한 재미입니다.
“그래서 형! 직장인일수록 꼭 책을 써야 해요! 안 그럼 변비 걸려요.”
그에게 결연하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면 병이 됩니다.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로 엮으면 책이 됩니다. 그렇게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세상에 나오게 된 책들은 북극성처럼 빛날 겁니다. 또 어떤 책들은 자신만의 멋진 별자리를 만들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어떤 책들은 크게 빛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문득 바라본 시골 밤하늘이 아름다운 건 이름 모를 별들도 저마다 자신의 모양으로 반짝이고 있어서 그런 것 않을까요. 저는 선배 K의 이름이 떡하니 박힌 책이 어떤 빛을 낼지 궁금해졌습니다. 집요하리만치 성실한. 반듯한 모범생이지만 엉뚱하고 괴짜 같은 매력이 있는 그라면 멋지게 해낼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자신만의 빛을 내며 반짝이는 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그래 좋아, 근데 일단 빛나기 전에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는 거지? 당장 뭐부터 해야 되는 거야?”
의욕을 뿜뿜 발산하고 있는 그를 포함해 처녀작을 준비하는 작가님들은 모두들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당장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는 막연함. 물론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당장 뭐부터 해야 할지 알아보기에 앞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바로, 제가 이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 말씀드리려고 하는 <출판 형태>입니다.
개인이 책을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요.
제가 선배 K에게 알려주고 싶은 방법은 바로
< 출판사를 통해 출판하는 방법 >입니다.
여러분들께도 그 방법을 추천드리는 것이고요
“그럼 출판사를 통하지 않는 방법도 있었어?”
선배 K가 대번에 묻습니다.
“네! 요즘엔 다양한 방법들이 있어요. 독립출판, 자가 출판 뭐 이런 것도 있고.”
글쓰기 강좌나 인터넷을 통해 알려져 있듯 개인이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은 확실히 많아졌습니다. 실은 '브런치'에서도 그런 자가 출판을 도와주는 툴을 제공하고 있고요.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출판사를 통해 출판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흔히 서점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책들이 출판한 방식이며 아주 고전적인 방법이지요. 그리고 확실한 장점이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럼 제가 추천하는 방식의 장단점을 좀 더 명확히 살펴보기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출판 방법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 다음 편에서는 <독립출판>과 <출판사를 통한 출판>을 비교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렇게 이 대화를 이어가며 선배 K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선배 K와 처음으로 '내 책 출판'에 대해 이야기 한 날이었습니다. 내 그을 쓰는 기쁨, 내 책을 내는 재미에 대해 말씀 드렸고요. 아무쪼록 <내 이름으로 책 내기> 프로젝트가 이제 막 닻을 올리고 순항하는 듯합니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두근거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선배 K의 표정에서도 그런 기분좋은 긴장감이 보이네요. 그에게 '내 책 출판'을 안내하는 항해사로서, 마침내 이제 제 역할도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이 항해를 따라가며 독자여러분들께서도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시길 응원하겠습니다.
One Point Lesson
글을 쓴다는 것. 책을 쓴다는 건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오롯이 내 일의 주인이자 창조자가 되는 경험입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개인 브랜드의 시대에 내가 쓴 책을 나를 보여주는 아이콘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짜릿한 경험을 꼭 한번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브런치북에 발행했던 총 29편의 글을 책으로 엮어 출간했습니다 ^^
따끈따끈하게 인쇄된 책을 잡아보는 순간은
저자로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벅찬 시간이네요.
언젠가 나도 한번! 내책 출판이라는 로망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작은 도움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첫 번째 출간을 두 손 들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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