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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Soo Seo Jan 19. 2020

출판이 되는 글과 아닌 글은 어떻게 다를까

퇴근 후 내 책을 출판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


“형! 근데 무슨 책을 내고 싶은 건데요?!”


다시 선배 K와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내고 싶어 하는 책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음…… 너무 갑자기 물으니까 좀 부끄러운데. 사실 이번에 우리 아버지랑 여행 다녀왔잖아. 무려 네 살배기 아들 데리고. 셋이서 말이야.”


“아, 그렇죠. 삼대가 함께 가는 여행? 게다가 남자끼리잖아요. 뭔가 어색한 케미가 어떻게 버무려질지 기대되긴 해요.”


의외였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답게 무미건조 한 그가 여행 에세이라니. 그는 회사에서 그다지 말수도 많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미동도 없이 컴퓨터를 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으면 커다란 화분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 라면 경영서나 교양서를 쓰고 싶어 할 줄 알았습니다. 예전에 본인 일하고 있는 미디어 사업에 대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는 얘기도 해왔으니 말이죠.


“그런데 여행 에세이라니! 뭔가 새롭네요. 근데 형. 그거 알아요? 나랑 같이 작업한 편집장님이 그러는데, 여행 에세이 제안은 일주일에 적어도 수십 편씩은 들어온대요. 그만큼 흔하다는 거죠. 흔해도 너무 흔해!”


“아, 그래? 역시…… 그렇구나.”


“에이 그래도 실망하지는 마요. 그래도 형은 차별성이 있으니까. 하하.”


여행 에세이는 흔한 소재임이 분명합니다. 굳이 편집장님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또한 공급이 많은 분야일수록 수요가 풍부한 분야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차별화 포인트를 칼날처럼 잘 벼린다면 뭔가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요?


“일단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시작해 보자고요.”








문제는 차별화


내가 쓴 글을 블로그에 올리고 말게 아니라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 있습니다. 바로 출판사라는 '산' 말이죠.


“형의 글을 본 출판사는 당연히 고민할 거란 말이죠. 이 글이 과연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투자금을 회수할 만큼 시장에서 먹힐까? 뭐 이런 걸 말이에요.”


독자에게 판단받기 전 우선 출판사로부터 판단을 받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아, 혹시라도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서 글을 쓰는 것이고 출판사나 독자들의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나만의 기조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프레디 머큐리가 음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분짜리 실험적인 곡을 넣어야 한다고 우기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자세야 말로 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일 수도 있고요. 최근 화제가 된 윤종신 씨의 구글 강의를 보면, 그도 유행가의 여행을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유행가를 좀 멀리하기도 한다는데요. 고백건대 아직까지 저도 그런 생각을 일부 가지고 있긴 합니다.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를 보면 음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기어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성공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그렇지만 일단은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야 출판을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출판사 편집장을 설득시킬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그 설득이 안된다면 출판사를 통한 출판(기획출판)은 어려워집니다. 이 경우, 독립출판이나 자비출판의 방법을 알아봐야겠지요. 스스로 운영하는 1인 출판사를 만들지 않는다면 말입니다(각 출판 방법의 차이가 궁금한 분은 다음 글 참고 https://brunch.co.kr/@suski/103)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출판이 될 수 있는 글은 어떤 글일까요.

다시 말해 어떤 글이 출판사가 원하는 글일까요?


“음… 아마도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글?”



충분한 수요가 있으면서

독자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하고

결정적으로 바로 작가 본인만 할 수 있는 ‘차별성’ 있는 이야기라면

금상첨화 일 듯합니다.


“결국엔 차별성이겠네.”

“결국엔 차별성이죠.”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 바로 <이 이야기 >만이 갖는 독창성과 차별성이 없다면 굳이 힘들게 읽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결말이 뻔한 이야기,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전개, 어디서 들어봄직한 설정을 궁금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 것들에 관심 갖기엔 세상에 재미있는 것도 많고 신나는 일도 너무나도 많으니까 말이죠.


“그럼에도 화창한 오늘 같은 날, 굳이 꼬부리고 앉아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게 있어야겠죠. 당연히!


바로 그러한 이유. 차별성은 크게 아래와 같은 3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재의 차별화

스토리의 차별화

작가의 차별화




1) 소재의 차별화



소재의 차별화는 어떤 글감을 글의 소재로 다루느냐에 대한 얘기입니다. 음식에 대한 글을 쓴다면 한식에 대한 이야기인지, 양식에 대한 이야기 인지, 그도 아니라면 스트릿 푸드에 대한 이야기 일지가 되겠지요. 만약, 전 세계를 여행하며 먹어본 스트릿 푸드에 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하면 그게 바로 차별적 소재가 될 것 같네요.


“그럼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선배 K가 묻습니다. 먼저 여행 지역이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들이 쉽게 갈 수 없는 북극 같은 곳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섣불리 시작하기 힘든 사막이나 아마존 같은 오지라면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 막 뜨고 있는 곳이라면, 하나둘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러시아’랑 ‘포르투갈’에 대한 여행 에세이를 썼잖아요. 그 책 쓸 때만 해도 러시아랑 포르투갈에 대한 가이드 북도 변변한 게 없었 거든요. 재빨리 해당 지역을 선점한 게 그나마 지역적인 차별화 포인트를 끌어낼 수 있었던 아닐까 싶어요.”




2) 스토리의 차별화



“이야기 자체가 갖는 차별성. 이건 진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독특한 경험이나 체험? 그런 게 있다면 좋고요. 설정 만으로도 호기심이 간다는 이야기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자전거 한대로 혈혈단신 미국 횡단을 한 홍은택 작가의 이야기나 엄마와 함께 세계일주를 한 태원준 작가의 이야기 등은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이 가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형은 그런 게 있으려나? 설정이 좀 궁금하기도 한데 한편으론 좀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더 호기심을 자극할 만 것, 딱 한 숟가락이 있다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이건 숙제예요 숙제 형. 더 고민하세요. 공짜 강의가 다 그렇지 뭐.”  




3) 작가의 차별화



유명 작가라면 더할 나위 없이 관심이 갑니다. 요즈엔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팔로워가 몇 만씩 되는 인플루언서들의 글이나 책이 시장에서 먹히는 경우도 많고요. 그렇지만 그보다 작가의 이력이나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의 허혁 작가님은 버스운전기사인데 책을 낸다는 게 호기심이 갑니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김예지 작가님도 20대의 나이에 청소일을 한다는 게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렇듯 나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상황이나 직업/경험/개성/취향 등이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 텔레스도 수사학에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한 3가지 방법 중 ‘발화자(에토스)’에 대한 강조를 하기도 했으니 말이죠.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형이라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어떤 부분을 차별성 있게 내세울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 같아요.”


“음. 어렵네. 그냥 난 평범한 사람인 것 같은데.”


“근데 평범한 게 또 무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평범하려면 아주 그냥 대한민국 직장인 중 중윗값에 자신을 맞추는 것도 방법이에요. 크크. 근데 뭐 그것도 호기심이 가도록 잘 선별하는 게 중요하겠죠. 하하.”








이 책의 목적은 뭘까



선배 K와 신나게 세 가지 차별화 포인트에 대해서 떠들었습니다.


그는 과연 어떤 차별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을 얼마나 고민하고 어떤 결과물을 뽑아내느냐가 출판의 성패를 가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그를 협박하다 보니 그의 얼굴에 근심이 한가득 묻어납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성실한 그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그 만의 독특한 차별성을 과연 어떻게 뽑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차별화 포인트만으로 책이 완성되는 건 아닙니다. 바로 글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글의 ‘목적’이요.”


“목적?”


이 글을 왜 쓰는가. 이 글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뭘 전달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적이 없는 글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와 같습니다. 반대로 목적이 분명한 글은 목적을 향해 전진하는 힘 있는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작가는 글을 쓰기 전 글의 목적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분명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내가 이 글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건 무엇인가?


정보를 줄 것인가?

설득을 할 것인가?

재미를 줄 것인가?

감동을  것인가?

통찰을  것인가?

기쁨을 줄 것인가?

슬픔을 줄 것인가?

공감하게 할 것인가?

문제제기를 할 것인가?

해결 책을 줄 것인가?

물음을 던질 것인가?

고발을 할 것인가?

증언을  것인가?



“그해서 형이 쓰는 글의 목적은 뭔가요?”


“아음…… 나는 아마도 재미? 감동? 정보도 조금 들어갔으면 좋을 것 같고. 그리고 공감?”


어떤 것은 그의 말처럼 섞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어떤 것들은 비슷한 것들끼리 묶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전혀 다른 것 들끼리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특이한 정서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추천드리는 것은 분명한 방향성을 하나 정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모두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듯. 모든 것을 다 잡으려다가 오히려 모든 독자를 다 놓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예전에 제가 포르투갈 책 다 쓰고 출판사에 한창 제안하던 때가 있거든요.”


그때 한 출판사에서 여행 정보에 대한 부분을 더 보강해서 책을 내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다른 나라와 시리즈물로 내는 것이라 시장에 영향력도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끝내 거절했습니다.


“아니, 왜?”


처음 방향성을 공감과 재미로 놓고 글을 썼는데 정보를 절반 정도 담다 보면 이도 저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또 정보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서 너무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이므로 굳이 그런 것들을 정리해서 책을 묶는 것이 좀 내키지 않았습니다.


“저만 쓸 수 있는 글을 책으로 내고 싶었거든요.”


물론 요즘에는 여행 가이드북도 여행 에세이처럼 나오는 게 대세인 듯합니다. 수년 전 저에게 정보를 대폭 보강해서 다시 만들어보자는 얘길 했던 출판사 제안처럼 말이죠. 그 출판사에서 트렌드를 먼저 알아보고 기민하게 움직였던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형!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글을 쓸 때 방향성을 꼭 잡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처음 잡을 방향성을 믿고 한 걸음씩 가다 보면 나만의 멋질 글을 완성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이 쓰는 글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고민이 끝나고 방향이 정해 졌다면, 다음 편에서는 출판을 위한 글의 분량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글쓰기 실력과 출판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는 선배 K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의 새책 방향도 조금씩 잡혀 나가길 응원합니다 ^.^



One Point Lesson

출간이 되는 글의 핵심은 바로 <차별화 포인트>에 있습니다. 내 글을 어떻게 차별화 시킬 것인지 '소재', '스토리', '작가 자신'의 관점에서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 책의 <목적>은 무엇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설득 할 것인지, 설명 할 것인지, 공감 시킬 것인지, 웃길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신다면 좀 더 날카로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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