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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Soo Seo Jan 16. 2020

한방에 이해하는 출판과정 8단계

퇴근 후 내 책을 출판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



우리는 이제 ‘책 쓰기’라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려고 합니다.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 여행의 시작이라면

한 권이 책이 세상에 태어나 서점 신간 코너에 깔리게 되는 순간 이 여행은 끝이 나게 됩니다.


긴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우리의 여정이 어떨지 전체의 일정과 코스를 빠르게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지도와 달력을 펼쳐놓고 어느 지역에 얼마 동안 머무를지 확인해 보는 과정으로 비유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전체적인 여정을 살펴보고 나면 각자 가늠해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시간과 노력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그리고 지금 이미 가지고 있는 건 어떤 것이고, 또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할지 말이지요.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책 쓰기’ 8대 여정. 두둥~!



[ 출판 과정 8단계 ]

(1) 글쓰기
(2) 제안 하기
(3) 출판사와 의견 조율
(4) 계약서 작성
(5) 최종 원고 전달
(6) 편집 및 보완
(7) 인쇄 및 유통
(8) 마케팅



이렇게 노트에 쓱쓱 적고 선배 K를 보자 동글뱅이 안경을 쓴 그의 모습이 뭔가 과하게 진지한 표정입니다.


이럴 때 보면 그는 영락없이 좀 괴짜 모범생의 모습입니다. 미드 빅뱅이론에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달까요. 아무튼 웃음이 터질 뻔했다가 겨우 참고 설명을 이어 갔습니다. 시원한 통유리가 광화문 광장으로 나 있는 커피숍에서 그렇게 오늘의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형. 8단계로 나눠진 여정을 하나씩 살펴보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요.”




STEP 1. 글쓰기  



“가장 먼저 글을 써야죠.”


이는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부분이며 책 쓰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좋은 글이 있어야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글이 출판될 수 있는지, 분량은 얼마나 되어야 할지,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이 이 단계의 성패를 가르는 아주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 이 부분에선 할 말이 진짜 많은데. 궁금한 것도 많고. 일단 오늘은 전체를 조망해 보기로 했으니. 일단 글을 썼다 치고. 아니 잘 썼다 치자고. 그럼 다음은?”


그가 노트를 힐끔 보고 얼른 묻습니다. 이 단계는 책 쓰기의 가장 본질적이며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그가 궁금해하는 만큼 제가 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요. 해서 그런 이야기들은 다음 챕터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전체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STEP 2. 제안 하기



두 번째 단계는 출판사에 제안하기입니다. 물론 출판사로부터 선 제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김영하 라면, 혹은 히가시노 게이고라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너무 허망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좀 더 현실적으로. 우리의 유튜브 구독자가 30만 정도 된다면, 혹은 블로그에 알토란 같은 글이 너무 많아 출판사 편집자가 감동의 눈물을 흘릴 정도라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후우. 그런 게 있으면 너랑 이렇게 대화도 안 했지.”  


“맞아요. 그런 건 우리가 가로수길에서 길거리 캐스팅당할 확률이랑 비슷할 것 같아요.”


결국 기획출판(출판사를 통한 출판)을 하기 위해, 우리는 출판사에 먼저 제안을 해야 합니다. 일종의 프러포즈인 거죠. 내가 이런 글이 있는데, 혹은 이런 글을 쓸건데 나와 계약을 하자! 출판을 하자! 행복하게 해 줄게! 이런 제안 말이죠.


“응. 제안서를 어떻게 쓸지,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어떤 출판사에 어떻게 제안해야 할지 등이 이 단계의 성패를 가르겠네.”

“오, 역시 형! 똑똑하다니까. 이 동글뱅이 안경만 벗으면 훨씬 더 스마트해 보일 텐데. 하하.”  




STEP 3. 출판사와 의견 조율



다음은 출판사와의 미팅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단계입니다.


“아, 물론 이 단계는 우리의 제안에 대해 출판사가 관심을 보일 경우에 진행 가능한 거 알죠? 대부분의 제안서는 리젝 되는 거고요.”

“그래 뭐, 쉽진 않겠지.”


그렇게 우리의 제안서에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와 원고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게 됩니다. 저자의 출판 의도와 출판사의 출판 방향이 다르다면 조율 과정을 거치게 되고요. 원고를 제출했다면 원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최종 아웃풋에 대한 생각을 교환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일정이나 인세, 보안 필요 사항 등 아주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보통 이메일이나 전화를 주고받은 후, 대면 미팅을 진행하게 되고요. 출판사에 따라서는 편집자나 편집장 미팅을 한 후, 출판사 대표와의 미팅을 하게 됩니다.



STEP 4. 계약서 작성


그리고 대망의 계약서 작성 단계입니다. 비즈니스의 시작은 계약서부터라는 사실! 아마 직장인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구름빵 사건이 터지며 창작자들의 계약서 작성의 중요성이 다시금 화두가 되었는데요.


“구름빵 사건?”

“몇 해 전에 이슈가 된 사건인데요. 구름빵이라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있었어요. 이게 확 뜨면서 해외 수출까지 했고 매출이 4000억이 넘게 발생했다고 하더라고요."

"와 대박이네."

"그쵸. 그런데 정작 작가에게 돌아간 저작권료는 천만 원이 안 됐다고 해요. 뭐 쌍방이 계약한 계약서에 따라 배분이 된 거긴 한데. 그때 한창 창작자의 저작권법이 화두가 됐죠.”


어쨌든 이 단계에서는 처녀작에 도전하는 무명작가가 분리한 계약을 하지 않기 위한 안전한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표준계약서란 무엇이며 어디서에 확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실제 활용할 수 있는지 알고 계시다면 좋을 것 같고요. 또 계약서 상의 독소 조항은 어떻게 알 아 볼 수 있는지,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등을 알고 계신다면 아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예비 작가의 권리와 관계된 것이니만큼 진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반드시! 꼭! 자세히 공부하고 넘어 갔어면 좋겠어요 형!”

“와, 진짜 이거 막 꼭! 알고 싶다야!”


일단 오늘은 출판과정 전체를 조망해 보는 것이 목표니, 이 부분에 대해 별도의 챕터로 분리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STEP 5. 최종 원고 전달(탈고)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다음은 최종 원고를 전달하는 단계입니다.


“보통은 최종 원고 송부일을 계약서에 명시하게 돼요. 그 기한까지 작가는 본인 스스로 만족할 단계까지 글을 수정하는 거죠. 할 수 있죠 형? 그렇게 보강하고 또 보강해 최종 버전을 출판사에 넘기면 끝인데...”

“그런데?”

“보통은 마감일까지 손에 쥐고 끙끙 앓게 되는 거죠 뭐. 마감일의 저주랄까.”


마감일을 넘겼다간 독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태어 나서 처음 받는 원고 독촉이 경우에 따라선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신비한 경험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고를 무사히 넘기면 이제 당분간은 좀 쉬어도 됩니다.


“오 듣기만 해도 피곤했는데. 드디어 쉴 수 있겠네.”

선배 K가 남은 커피를 홀짝 거리며 안도의 대답을 합니다.




STEP 6. 편집 및 검토



“네! 쉬면 됩니다. 바로 출판사의 교정본이 돌아올 때까지 말이죠.”


교정은 여러 번에 거쳐서 진행하게 됩니다. 보통 ‘1교’, ‘2교’, ‘3교’등의 용어를 통해 편집 버전을 구분합니다. 큰 틀에서 각 챕터들의 구성과 분량들을 조정하는 편집, 자잘한 내용과 사실 확인 / 레퍼런스 등을 확인하는 과정, 디자인과 페이지 구성/편집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물론 각 과정마다 작가에게 수정본을 넘겨 작가와 편집자는 의견을 조율하게 됩니다. 보통 이 과정에서 출판사와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각 교정 단계 별로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지. 처음 하는 출판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가 이 단계를 잘 넘기는 관건이 됩니다.




STEP 7. 인쇄 및 유통



“자, 이 모든 편집 과정이 끝나면 드디어! 인쇄를 하게 됩니다.”

“오! 드디어!”  


이때 작가가 할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편집자와 함께 인쇄된 종이책을 최종 확인하기도 합니다. 모작가는 모든 종이 페이지를 출력해 바닥에 깔아놓고 레이아웃뿐만 아니라 종이질감과 글씨의 형태의 균형(?)을 살피기도 했다네요.


아무튼 이때는 편집을 한다는 의미보다는 오탈자나 오류 등이 없는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또 내 머릿속에서 개념으로만 존재하던 글이 물리적인 형상을 입고 나타나 직접 대면하고 만져볼 수 있는 감동을 누릴 수 있는 단계가 됩니다.


“아, 사실 이 부분은 울컥하는 감동이 있긴 해요. 특히 내 인생 첫 번째 책이면 말할 것도 없죠.”

“크~ 그럴 것 같아.”

“제가 애는 없지만 내 애가 태어나서 안아보면 비슷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하.”


결국 이렇게 인쇄가 끝나게 된다면 전국에 있는 서점에 책들이 유통됩니다. 물론 이런 유통과정은 출판사에서 전담해 진행하게 됩니다. 보통은 전국의 서점과 출판사가 체결해 놓은 계약에 따라 각 서점의 평대나 책꽂이에 꽂히게 되고요.




STEP 8. 마케팅



책이 나오고 나면 과거에는 작가가 할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명인이라면 사인회를 하기도 하고 출판기념회를 하기도 한다지만 처녀작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에겐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다만, 요즘엔 우리 같은 초짜 작가에게도 분명한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작가 자신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 말이죠. 자신의 SNS 채널을 활용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SNS 덕을 톡톡히 보기도 하고 말이죠.


사실 마케팅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얼마나 좋은 글을 잘 쓰느냐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바로 책 판매와 흥행의 도화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작가들이 발 벗고 나서서 자기 책을 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책을 다 썼다면 내가 최초에 설정을 타깃 독자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거침없이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은 위의 7단계와 이번 8단계는 동시에 진행하기도 합니다. 요즘엔 많은 출판사에서 출간 전에 일부 내용을 인터넷에 미리 공개하며 마케팅을 하기도 하고요.


“아, 이건 제 책도 마찬가지였어요. 출간 전 연재를 하고 SNS에도 일부 내용을 공개하고 그랬죠.”




결론 



“와~ 이게 출판의 전 과정이란 말이지?”


“네! 8단계로 알아보는 출판과정이에요.”

 

“가만히 들어보니 확실히 전체 과정은 눈에 좀 들어오는 것 같아. 언제 뭘 해야 할지도 조금 감이 오고.”

선배 K가 뭔가 감이 잡혀 즐거운지 침을 튀기며 신나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 그래요? 내가 이거 원래 외부 강의했던 내용인데, 형한테 특별히 압축해서 한 거예요. 액기쓰만 주는 거라니까. 잘 돼서 베스트셀러 되면 수익 공유하세요.”


그의 반응을 보니 신나게 설명한 보람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8단계의 여정은 최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때문에 목적지까지 가는 다양한 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정상을 정복하기 위한 등산 루트가 여러 개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예를 들어, 원고를 쓰지 않고 제안서만 가지고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고를 가지고 계약까지 했지만 출판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가만히 있는데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고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경우, 출판사와 먼저 계약을 맺고 선인세를 받고 난 이후에 [ 역사의 역사 ] 집필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책 쓰기의 루트는 여러 가지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이 8단계 여정을 살펴보시고 본인에게 가장 맞는 코스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이번 편을 쓴 목적이기도 하고요.


글쓰기는 어차피 혼자 해야 하는 것! 패키지여행이 아닌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기 위한 레퍼런스로 이 글을 봐주시면 어떨까요.


그렇게 각자의 여정을 찾아 즐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 그럴게 그럴게! 그러니까 8단계를 생각해보면 난…”

“형은…”

“일단 글부터 써야겠네. 하하하.”


선배 K가 호탕하게 웃습니다. 우리가 얘기를 나누는 사이 카페는 어느덧 한산해졌네요. 아마도 식사 시간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다음번 만남에서는 출판의 8가지 단계 중, 첫 번째 단계! 바로 글쓰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주로 아래와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출판이 되는 글은 어떤 글일까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분량은 얼마나 되어야 할까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 진짜 궁금했던 부분이 이제 나오는 것 같아.”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밥이나 사요.”


선배 K는 과연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출판 도전 리얼 성장 체험기를 따라가시며 남몰래 품어온 작은 꿈의 현실 가능성을 점쳐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내 이름 석자가 큼직하게 박혀있는 예쁜 책 한 권을 꿈꾸는 모든 분들께 영감이 씨앗이라도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선배 K처럼 숱한 질문을 묻는 꿈나무 예비 작가분들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One Point Lesson

출판은 8단계의 과정을 거쳐 진행됩니다. '글쓰기 > 출간 제안 > 출판사와 의견조율 > 계약 > 탈고 > 편집 > 인쇄 및 유통 > 마케팅' 이 바로 그 과정입니다. 각 단계별로 내 시간과 노력을 얼마나/어떻게 쏟아 부어야 할지 가늠 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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