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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상한호랑이 Mar 05. 2024

「야행」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정각! 마음에 아픈 데 있어 고약을 붙이고

시들은 다리를 끄을고 떠나는 행장.

─기적이 들리잖게 운다.

사랑스런 여인이 타박타박 땅을 굴려 쫓기에

하도 무서워 상가교를 기어 넘다.

─이제로부터 등산철도

이윽고 사색의 포플러 터널로 들어간다.

시라는 것을 반추하다. 마땅히 반추하여야 한다.

─저녁 연기가 노을로 된 이후

휘파람 부는 햇귀뚜라미의

노래는 마디마디 끊어져

그믐달처럼 호젓하게 슬프다.

늬는 노래 배울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나보다.

─늬는 다리 가는 쬐그만 보헤미안,

내사 보리밭 동리에 어머니도

누나도 있다.

그네는 노래 부를 줄 몰라


오늘밤도 그윽한 한숨으로 보내리니─


(1937)




2024.3.5.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생각들은 고요한 밤공기가 품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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