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지도」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순이가 떠난다는 아츰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속에만 남어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어 나서면 일년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1941.3.12)




2023.9.19. 그 사람이 떠난 길을 표시하지 못 하는, 마음의 지도에는 눈이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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