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무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 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골 ─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어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골 ─ 아름다운 순이의 얼골은 어린다.


(1939)




2023.9.18. 보고 있지 않아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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