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로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1939.9)




2023.9.14. 빛은 나를 비추기도 하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자화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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