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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상한호랑이 May 14. 2024

「보리수나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읽었다옹

보리수나무 잎이 지고 있었습니다

아무 소리도 없이

당신은 말씀이 없으셔

사방은 적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뒷산 숲도 맞배지붕 위에 내려와

턱을 고이곤 먼 데 하늘을 바라볼 뿐

보리수나무 잎만 가끔씩 지고 있었습니다

범종 소리 사라진 쪽 바라보며

말이 없으신 당신을 쳐다보다

보리수 그늘 돌아나오는 저녁

쯧쯧, 번뇌의 속옷은 그냥 둔 채

겉옷만 갈아입고 싶어하다니

그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보리수 열매가 짧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2024.5.14. 떨어져 나가는 잎사귀마저 소유한 적이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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