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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 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무상 흘러갔으면




2024.5.21. 바람과 소망이 흘러가듯이 하루는 흐르고 자연도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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