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옹
주식을 산다는 것은…그 회사의 동업자가 된다는 것! 이것이 지난 1편 내용의 핵심이었다. '어제까지 직장인이었던 내가 일론 머스크의 동업자라고?' '팀 쿡이랑 같이 사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상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당장이라도 그들의 능력에 나의 자본을 맡기고 싶다. 그런데 잠깐, 주식을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 홈플러스나 이마트, 그리고 하나로마트로 출발하는 당신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오늘은 주식을 거래하는 증권 시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 '증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증시가 좋아서…증시가 좋지 않아서…증시가 적당해서…"라는 표현을 할 때 증시는 '증권 시장'의 줄임말이다. 주식이나 채권과 같이 재산적 가치를 지닌 '유가증권'은 증시, 즉 증권 시장에서 거래된다. 여기서 '시장'은 우리가 아는 그 시장을 말하는 것이다. 가치를 지닌 물건들을 사고파는 곳. 그런데 시장이라고 해서 다 같은 시장이 아니다. 서울에 가면 통인시장이 있고, 대구에 가면 서문시장이, 부산에 가면 자갈치시장이 있는 것처럼, 증권 시장 또한 한 군데만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각각의 시장에서 각기 다른 물건을 파는 것처럼, 증권 시장마다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이 다르다.
그 이유는 기업마다 다른 증권 시장에 주식을 '상장'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받는 개근상 같은 상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간에 알아본 것처럼, 기업은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한다. 그리고 이 주식을 증권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을 '상장'이라고 한다. 상장하기 전의 주식은 '비상장주식'이라고 부른다.
갓 만들어진 기업은 비상장주식을 발행하여 초기 투자자들에게 판매함으로써 자본금을 확보한다. 그리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여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은 더 많은 투자를 받고 싶을 수가 있다. 이들은 기존의 초기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 시장'에 주식을 상장함으로써 더 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증권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증권 시장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충분한 가치를 지닌 곳인지를 검증하고 싶어 한다. 시장에 팔리지 않는 물건을 쌓아두는 것은 공간 낭비인 것처럼, 증권 시장의 입장에서도 대중들이 투자하지 않을 기업을 상장하는 것은 자본 낭비, 시간 낭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업이 지니고 있는 비상장주식 내역과 경영 실적 등을 공개하는 절차를 IPO(Initial Public Offering)라고 부른다. IPO와 상장 과정을 마친 기업은 비로소 증권 시장을 통해 기업이 지닌 주식을 판매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 이때, 기업이 어떤 증권 시장에 자신의 기업을 공개하고 주식을 상장하는지에 따라 주식을 거래하는 시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증권 시장에는 어떤 곳들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증권 시장으로는 한국거래소(KRX)에서 운영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있다. 유가증권시장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의 주식이 유통되는 시장이고, 코스닥시장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주식을 유통하는 증권 시장이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 증권 시장에서 거래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 즉 '주가'의 움직임을 지수로 산출한 것을 '종합주가지수'리고 부르는데, 유가증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KOSPI(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라고 부르고, 코스닥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KOSDAQ(Korea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이라고 부른다. KOSPI와 KOSDAQ 지수를 구하는 계산식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면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독서 리뷰를 참고해 보자. 시간이 없다면 종합주가지수가 오르고 내릴 때 증권 시장에 상장된 주식들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내린다는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도 무방하다. 종합주가지수 외에도 다양한 주가지수가 존재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에서 200곳의 주가를 반영해 만든 KOSPI 200이 대표적이다. KOSPI가 모든 선수가 뛰는 리그라면, KOSPI 200은 올스타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처럼 증권 시장은 하나라고 해도 여러 주가지수를 지닐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매일 김치찌개와 불고기만 먹지 않지 않는 것처럼, 반드시 한국 증시에서만 투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외국 증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은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LSE),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TSE) 등이 있다. 이 증권 시장들에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고, 전 세계의 자본이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을 기반으로 한 주가 지수에는 항상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먼저 미국의 증권 시장과 관련된 지수는 다우존스(Dow Jones)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NCI), 나스닥 100(NASDAQ 100), S&P 500등이 있다. 먼저 다우존스 지수는 산업평균지수, 운송평균지수, 공공평균지수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지수는 산업평균지수다. 이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중 대표적인 30곳의 주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지수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나스닥에 상장된 3,000여 개의 기업 주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지수인데, 반면 나스닥 100은 나스닥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100개의 기업으로 이루어진 지수이다. S&P 500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 중에서 대표적인 500여 개의 기업을 선정하여 그들의 주가를 기반으로 만든 지수다. 일본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닛케이 지수'가 있다. 이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대표적인 225개의 기업을 선정하여 만든 지수로, '닛케이 225'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증권거래소가 있고, 각각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주가지수가 있다.
지금까지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 증권 시장과 주가지수에 대해 알아보았다. 좋은 물건이 있는 시장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훌륭한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는 증권 시장에는 자본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증권 시장들은 양질의 기업을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반대로 많은 기업들은 증권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주식이고, 우리는 그 주식을 거래함으로써 그 기업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잘 알고 주식을 구매한다면, 더 이상 독자분들께 주식은 도박이 아닌 투자의 영역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 이러한 투자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다음 시간에 이어서 알아보도록 하자!
하우 투(How to):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들어는 봤는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낯선 주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쾌한 가이드북.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