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를 읽었다옹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의 소설 『연금술사(The Alchemist )』는 서문에서 연금술사가 나르키소스에 대한 책을 입수하여 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는 오스카 와일드가 쓴 이야기로, 기존에 알고 있는나르키소스의 전설과는 다른 결말을 맺는다. 나르키소스가 호수의 비친 자신의 모습 감상하였듯이, 호수 또한 나르키소스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자신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연금술사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양치기들이 책이 읽지 않는 건 책보다 양들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이겠죠."
p.22
"양치기들도 책을 읽을 줄 아네요."라는 소녀의 말을 들은 산티아고의 대답이었다. 책 보다 양들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산티아고의 대답은 양치기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양을 팔고 자신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결심했을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p.49
사람들은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연금술사』에서 그 꿈은 '자아의 신화'로 표현된다.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면서 꿈꿔왔던 미래가 흐려지듯, 양치기 산티아고도 '자아의 신화'보다는 팝콘 장수가 양치기보다 더 나은 직업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밤중에 반복적으로 꾸던 꿈에 대해 고민하고, 노파와 노인(멜기세덱)과의 대화를 통해 보물을 찾아 나서기를 결심한다. 자신도 바람과 같이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며.
산티아고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바람의 자유가 부러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을.
p.56
'행복의 비밀은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p.62
노인의 이야기에서 현자의 집을 찾아간 이는 현자에게 이러한 가르침을 얻는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살아가되, 자신의 손에 있는 소중한 존재를 잊지 않는 것. 행복의 비밀을 알려주는 현자의 이야기를 들은 산티아고는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고, 보물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긴 침묵이 흐른 뒤에 청년은 말을 맺었다. "제겐 양을 살 돈이 필요하거든요."
p.85
그러나 타지로 모험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법, 아프리카에 도착한 산티아고는 자신이 가진 돈을 모두 잃는 시련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은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여비를 모으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피라미드까지 가기 위한 여정을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일해야 할 만큼 큰돈이 필요하다는 크리스탈 가게 상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예견이라도 하듯, 양을 살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하겠다고 한다.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p.94
자네는 또한 자네가 양을 사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p.104
산티아고가 일했던 크리스탈 가게 상인은 메카를 향한 순례길을 떠나는 것을 꿈꾸고 있지만, 동시에 그 꿈을 실현시키지 않고자 한다. 언젠가 그곳에 가겠다는 그 꿈이 현재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산티아고가 자신과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일하며 봐왔던 산티아고의 모습에서 '자아의 신화'를 찾아 나설 의지를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산티아고는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정을 하게 된다.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아의 신화는 더욱더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로 다가오는 거야.'
p.124
그리고 그는 다시 피라미드로 떠나는 길에서 연금술사를 찾고 있는 영국인을 만나게 된다. 그와 함께 가는 길에 산티아고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일들이 사슬과 같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그리고 그 사슬은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음을. 고향에서 양치기로서 계속 살았다면 겪지 않았을 그동안의 일들은 어느덧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p.142
산티아고는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른 이와의 차이를 느끼기도 한다. 그는 크리스탈 가게 상인과는 '꿈을 보는 방식'이, 영국인과의 '배우는 방식'이 다른 사람이었다. 산티아고는 그런 차이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이해한다.
"마크툽. 내가 만일 당신 신화의 일부라면, 언젠가 당신은 내게 돌아올 거예요."
p.164
그런 배움의 과정에서 산티아고는 오아시스에 도착했고, 연금술사를 찾기 위해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운명의 여인 '파티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파티마는 산티아고를 오아시스에 붙잡아 두기보다는 그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기를 독려한다. 진정한 운명이라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비밀은 바로 현재에 있네. 현재에 주의를 기울이면, 현재를 더욱 나아지게 할 수 있지. 현재가 좋아지면, 그다음에 다가오는 날들도 마찬가지로 좋아지는 것이고.
p.172
산티아고를 이끌어주던 낙타몰이꾼이 과거 점쟁이에게 들었던 말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티아고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그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나서기 위해서는 때때로 그의 앞에 나타나는 현재의 '표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명심하게.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네.
p.197
오아시스에서 만난 연금술사는 자신의 행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산티아고에게 조언을 건넨다. 다시 사막을 지나 피라미드로 가지 않고 오아시스에 남는다면 단기적으로는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과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자아의 신화에 대해 생각하며 후회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자아의 신화로 가는 길을 막는 사랑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 거라고.
"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 순간이란 신과 영겁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
p.212
산티아고는 연금술사와 함께 떠난 여정길에서도 여전히 자신이 두고 온 것들에 대한 걱정과 후회의 감정을 완전히 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연금술사는 그러한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연금술사의 조언을 듣고 나서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던 지난날들을 되돌아보았고, 보물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겪어왔던 숱한 경험들을 회상한다. 그는 양치기의 삶을 이어갔다면 겪지 못했을 수많은 경험들을 지나쳐온 것이다.
눈앞에 엄청난 보물이 놓여 있어도, 사람들은 절대로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네. 왜인 줄 아는가? 사람들이 보물의 존재를 믿지 않기 때문이지.
p.218
세상에는 수많은 보물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형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은 소중한 인연의 형태로 다가올 수도 있고, 현명한 조언이나 절호의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보물을 알아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는 우리의 몫이다.
그게 바로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p.241
연금술로 납이나 구리와 같이 값싼 금속을 금이라는 귀한 금속으로 만드는 것과 같이, 우리의 삶을 더욱 고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더 많은 돈을 원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소중한 친구를 사귀는 것, 혹은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 함께하는 것을 자신의 보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산티아고는 반복되는 꿈을 통해 피라미드에 있는 보물을 찾아 떠났지만, 그가 모험길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보물뿐만이 아니었다. 노파와 노인, 크리스탈 가게의 주인, 영국인과 낙타몰이꾼, 그리고 연금술사와 사막의 여인을 만났고, 그들과의 대화나 함께 겪었던 사건들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성취하는 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산티아고가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피라미드의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동안 걸어왔던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한 여정이 온전히 담겨 있는 곳이기 때문이 아닐까.
피라미드는 그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고, 그 역시 피라미드를 향새 미소를 보냈다.
p.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