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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라는 사물」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2025.1.17. 그 희미한 맥박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지워진 단어를 들여다본다


희미하게 남은 선의 일부

또는 ㄴ이 구부러진 데

지워지기 전에 이미

비어 있던 사이들


그런 곳에 나는 들어가고 싶어진다

어깨를 안으로 말고

허리를 접고

무릎을 구부리고 힘껏 발목을 오므려서


희미해지려는 마음은

그러나 무엇도 희미하게 만들지 않고


덜 지워진 칼은

길게 내 입술을 가르고


더 캄캄한 데를 찾아

동그랗게 뒷걸음질치는 나의 혀는




2025.1.17. 그 희미한 맥박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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