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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와 나 2」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로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고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만져지는 물결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의 피


어둠과 빛

사이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스며오르는 것

번져오르는 것

피투성이 밤을

머금고도 떠오르는 것


방금

벼락치는 구름을

통과한 새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 영혼의 피




2025.1.21. 무언가 내게 연결된 애잔한 결속력이 밀려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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