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저녁 잎사귀」 -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푸르스름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아침이었다


한 백 년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내 몸이

커다란 항아리같이 깊어졌는데


혀와 입술을 기억해내고

나는 후회했다


알 것 같다


일어서면 다시 백 년쯤

볕 속을 걸어야 한다

거기 저녁 잎사귀


다른 빛으로 몸 뒤집는다 캄캄히

잠긴다




2025.2.26. 해체와 결합의 반복, 그 억겁의 세월을 지나 내 눈앞에 선 존재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름날은 간다」 - 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