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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래기의 낙」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가무락조개 난 뒷간거리에

빚을 얻으려 나는 왔다

빚이 안 되어 가는 탓에

가무래기도 나도 모도 춥다

추운 거리의 그도 추운 능당 쪽을 걸어가며

내 마음은 웃줄댄다 그 무슨 기쁨에 웃줄댄다

이 추운 세상의 한구석에

맑고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

내가 이렇게 추운 거리를 지나온 걸

얼마나 기뻐하며 락단하고

그즈런히 손깍지 벼개하고 누어서

이 못된 놈의 세상을 크게 크게 욕할 것이다




2025.8.26. 함께라는 사실만으로 두려움이 없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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