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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강산」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오이밭에 벌배채 통이 지는 때는

산에 오면 산 소리

벌로 오면 벌 소리


산에 오면

큰솔밭에 뻐꾸기 소리

잔솔밭에 덜거기 소리


벌로 오면

논두렁에 물닭의 소리

갈밭에 갈새 소리


산으로 오면 산이 들썩 산 소리 속에 나 홀로

벌로 오면 벌이 들썩 벌 소리 속에 나 홀로


정주 동림 구십여 리 긴긴 하로길에

산에 오면 산 소리 벌에 오면 벌 소리

적막강산에 나는 있노라




2025.9.29. 아득한 적막에 아늑히 싸이면 나 또한 그의 일원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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