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김소월

『진달래꽃, 초혼』을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달 아래 시멋 없이 섰던 그 여자,

서 있던 그 여자의 해쓱한 얼굴,

해쓱한 그 얼굴 적이 파릇함.

다시금 실 뻗듯한 가지 아래서

시커먼 머리낄은 번쩍거리며.

다시금 하로밤의 식는 강물을

평양의 긴 단장은 슷고 가던 때.

오오 그 시멋 없이 섰던 여자여!


그립다 그 한밤을 내게 가깝던

그대여 꿈이 깊던 그 한동안을

슬픔에 귀여움에 다시 사랑의

눈물에 우리 몸이 맡기웠던 때.

다시금 고지낙한 성밖 골목의

4월의 늦어가는 뜬눈의 밤을

한두 개 등불 빛은 울어 새던 때.

오오 그 시멋 없이 섰던 여자여!




2026.2.11. 흩날리던 벚꽃잎이 그 가녀린 손바닥에 안기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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