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에」 - 김소월

『진달래꽃, 초혼』을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물은 희고 길구나, 하늘보다도.

구름은 붉구나, 해보다도.

서럽다, 높아가는 긴 들 끝에

나는 떠돌다 울며 생각한다, 그대를.


그늘 깊이 오르는 발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는 길은 앞으로.

키 높은 나무 아래로, 물 마을은

성긋한 가지가지 새로 떠오른다.

그 누가 온다고 한 언약도 없건마는!

기다려 볼 사람도 없건마는!

나는 오히려 못 물가를 싸고 떠돈다.

그 못물로는 놀이 잦을 때.




2026.4.6. 성긴 갈대밭 사이사이에 고운 그대 모습 비추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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