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에」 - 김소월

『진달래꽃, 초혼』을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어둑한 퍼스레한 하늘 아래서

회색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섭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 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 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이 흘러 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쌔여 오는 모든 기억은

피 흘린 상처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 난 아기같이 울며 서두는

내 영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속이 가볍던 날

그리운 그 한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운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은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2026.4.3. 청아한 잎사귀가 움튼 계절은 새빨간 낙엽 속에 감춰진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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