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옹
성공한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p.47
인간의 윤리적인 측면에서 이타성은 이기성에 비해 우월하고 고귀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우열 관계는 생물의 번식과 진화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일까? 저자는 이번 장을 시작하면서 이타주의와 이기주의에 대해 말하며, 성공한 유전자의 중요한 성질은 '비정한 이기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이타적인 행동은 결국 이기주의가 둔갑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이 <이기적 유전자>인 것과, 책의 시작인 1장에서 이토록 유전자의 '이기성'에 대해 강조한 것을 저자가 앞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풀어나가게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라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p.60
이번 장에서는 유전자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자기 복제자'라는 개념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고 추측에 근거한 것이지만, 자기 복제자는 유전자의 기원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 복제자는 30~40억 년 전에 해양을 구성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원시 수프'에 나타난 분자이다. 이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복제물'을 만들 수 있다는 특성을 지녔는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원시 수프 내에 자기 복제자의 수가 증가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자기 복제자의 종류는 하나가 아니고, 수프 내에 있는 구성 요소 분자의 양은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곧 '경쟁'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각각의 자기 복제자가 자신의 사본을 늘리는 효율적인 방식은 자신의 "안정성을 증가시켜 경쟁 상대의 안정성을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경쟁자의 분자를 파괴하여 분해된 구성 요소 분자를 사용하여 복제본을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이 확대되다보니 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단백질 벽에서부터 자신을 담는 그릇인 운반자(vehicle)를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라 추측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기 복제자는 자신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 때문에 고민하지도 않았다. 이 경쟁은 아무런 악의도 없이, 아니 아무런 감정도 없이 행해졌다.
p73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단위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긴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는 염색체 물질의 일부로 정의한다.
p.90
이번 3장에서 저자는 염색체와 DNA, 그리고 유전자에 대한 정의와 유성생식, 노화 등 생명이 태어나고 늙어가는 과정에서 그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먼저 염색체의 사전적 정의는 "진핵생물의 세포에서 유사 분열 때에 보이고 염기성 색소에 잘 염색되는 막대 모양의 소체(小體)"로서, 유전물질인 DNA를 담고 있는 집합체이다. DNA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라고 불리는 단위 분자로 구성된 이중 나선 모양의 사슬로, 뉴클레오티드는 Adenine, Thymine, Cytosine, Guanine이라는 네 가지 분자의 앞글자를 따서 각각 A, T, C, G라는 네 가지 알파벳으로 표현한다. DNA는 이 분자들의 배열을 통해 단백질 사슬을 지정하게 되는데, 이러한 뉴클레오티드 문자의 서열을 유전자라고 할 수 있고, 시스트론(cistron)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위의 설명을 기반으로 이번에는 유성생식에 대해 알아보자. 인간의 경우 46개의 염색체를 가지며, 감수분열을 통해 생성된 부모의 생식세포를 통해 각각 23개의 염색체를 받게 되는데, 대립되는 염색체가 한 쌍으로 이루어져 총 23쌍의 상동염색체를 구성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아버지나 어머니의 염색체가 온전한 상태 그대로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대립되는 염색체 간의 혼합 메커니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모의 염색체 조각이 서로 교환되어 섞이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교차라고 한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교차가 유전 단위의 생성과 해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유전 단위는 하나의 시스트론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여러 개의 시스트론으로 구성될 수도 있다. 이때 염색체의 교차는 시스트론 내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전 단위는 그 길이가 길면 길수록 교차에 의해 분해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개개의 생존 기계인 우리는 수십 년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기대 수명은 10년 단위가 아닌, 1백 만 년 단위로 측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p.99
유전자 역시 인형을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머처럼 간접적으로 자기 생존 기계의 행동을 제어한다.
p.129
유전자를 담은 개체가 유전자의 '운반자'이자 '생존 기계'라면, 유전자는 어떻게 해서 개체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을까? 이번 4장에 따르면, 유전자가 하는 일은 개체의 모든 행동을 직접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가 경험할 수 있는 상황들을 미리 예측하여 "뇌가 평균적으로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미리 프로그램을 짜 놓는 것"이다. 이는 마치 프로그래머가 직접 체스를 두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이나, 우주 속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행성을 발견했을 때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송출될 수 있는 메시지를 우주선에 미리 담아 두는 것과 유사한 원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가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생존 기계에 담아두었다고 하더라고, 개체가 살아가는 환경에는 유전자가 미리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존 기계가 갖추고 있는 능력이 바로 학습과 시뮬레이션이다. 먼저, 개체가 겪는 경험의 유형에 따라 다른 패턴의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래밍 하는 방법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학습은 "최초의 프로그램에 넣어야 하는 자세한 규칙의 수를 줄일 수 있고, 자세히 예측하지 못한 환경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뮬레이션의 경우 미래에 있을 일들을 미리 상상하고 예측해보는 것을 말한다.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개체군의 경우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안전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행동을 선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생존 기계는 시행착오를 통해서만 학습할 수 있는 생존 기계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것이다.
p.139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즉 ESS는 개체군에 있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일단 그 전략을 채택하면 다른 대체 전략이 그 전략을 능가할 수 없는 전략이라고 정의된다.
p.158
앞선 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로 다른 종류의 자기복제자 사이에는 구성 요소 분자를 놓고 경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생존 기계' 사이에서도 이러한 갈등이 존재할까? 이는 각각의 개체들이 서로 어떠한 관계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대부분의 개체 사이에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공격과 싸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의 공격적 행동 전략을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예로는 매파와 비둘기파가 있다. 매파는 "늘 맹렬히 싸우고, 심하게 다쳤을 때가 아니면 굴복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고, 비둘기파는 "그저 품위 있는 정통적 방법으로 위협만 할 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특징을 가진 개체들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이를 응용한 전략으로는 보복자와 불량배 전략이 있는데, 보복자의 경우 우선 비둘기파처럼 행동하다가 상대가 공격해 오면 보복을 하는 전략이다. 불량배는 반대로 평소에 매파와 같이 행동하다가 반격당하면 즉시 도망치는 전략이다.
이렇게 다양한 전략이 존재한다는 것은, 개체군 내에 있는 각각의 개체들이 서로 다른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집단 내에 있는 개체들은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까? 상식적으로 봤을 때, 모든 개체가 비둘기파 전략을 채택한다면 집단 전체가 이익을 얻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비둘기파일 때 매파로 돌변한 개체는 전략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합의는 깨지고 매파 개체의 수는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다시 대다수의 개체가 매파가 되면 반대로 비둘기파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생기게 되고, 비둘기파는 다시 번성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체군 내의 비둘기파와 매파의 비율이 변동을 거듭하다가 적절한 비율에 정착하게 되는데, 이러한 안정 상태를 ESS(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상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최선의 상태는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개체군 내의 개체들에게 평균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전략인 것이다.
유전자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유전자들의 세트가 될 것이며, 이는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도 침입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p.184
유전자가 남의 몸속에 들어앉아 있는 자신의 복사본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p.189
위의 5장에서는 개체 간의 갈등을 다뤘지만, 모든 생물이 항상 다른 개체와 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우리는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이나 곤충 간에도 서로를 돕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유전학적 관점에서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6장에 따르면, 다른 개체를 돕는 것은 거기에 내가 보유한 유전자가 복사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이나 친척 관계라면 그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저자는 이러한 확률을 근연도(relatedness)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근연도란 "두 사람의 혈연자가 한 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식은 부모로부터 유전자가 포함된 염색체를 절반씩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의 근연도는 1/2이다. 이렇게 계산되는 근연도가 높은 개체간에는 '혈연 이타주의'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개체 간의 '혈연 이타주의'는 이동 반경이 좁은 동물이나 작은 그룹을 지어 돌아다니는 동물 사이에서 발견하기 쉽다. 이들은 어떤 개체군을 만나더라도 서로가 친척일 가능성이 다른 개체군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타성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뻐꾸기와 같은 탁란조(托卵鳥)의 습성이다. 탁란조는 자신의 둥지가 아닌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음으로써,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수고를 덜게 된다. "자기 둥지 속에 있는 새끼 모두에게 친절하라"는 새들의 규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탁란조의 전략에 당하지 않기 위해 숙주 역할을 하는 새는 탁란조의 알을 구분할 수 있는 식별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 탁란조의 경우 자신의 알이 둥지에 잘 숨어 있을 수 있도록 숙주의 알 무늬를 흉내내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동물의 개체군은 순위와 영역에 대한 형식적인 다툼을 이용하여 실제로 기아에 의한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는 수준보다 약간 적게 개체 수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p.232
지금까지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의 복사본을 만들어 냄으로써 세상 속에서 계속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유전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출생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유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조건적으로 높은 출생률은 개체군의 유지와 발전에 더 유리한 것은 아니다. 먼저 개체군 전체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체가 늘어난다면 개체 각각이 취할 수 있는 자원이 양은 줄어들 것이고, 결국 기아로 인한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개체군은 영역성이나 순위제와 같은 형식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기전을 보유하게 된다. 다른 차원에서, 개체 수준의 입장에서 볼 때 개체 스스로 양육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많은 새끼를 가지게 되면 각각의 새끼마다 투입할 수 있는 자신의 역량은 줄어들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 마리의 새끼도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개체의 양육 능력에 알맞은 정도의 가족 수를 늘리는 것이 유전자의 생존에 유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저자는 인간의 경우에도 유전자 '생존 기계'로서 기본적으로는 같은 환경에 처해 있었지만, 여타 개체와 달리 '복지 국가'라는 이타적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에 부모가 양육 가능한 수보다 많은 아이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복지 국가와 같은 '부자연스러운 시스템'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피임과 같은 '부자연스러운 산아 제한'이 동반되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아이들을 키워내기 위한 국가의 역량조차 결국 국민들의 역량을 모아 형성된 것인데, 이는 이기적인 누군가에 의해 남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출생률은 어떻게 조절되어야 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일까? 아니, 애초에 미래 세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출생률이 적절한 것일지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번 장을 읽고나서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혼란은 우리가 세대를 거듭하며 가족 계획이 왜 변화해 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계속 살아남지 못한다. 그런 종류의 유전자를 체내에 가진 새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p244
양육 투자(parental investment, P.I.)는 '자손 하나에 대한 투자로서, 다른 자손에 대한 양육 투자 능력을 희생시키면서 그 자손의 생존 확률(그리고 그로 인한 번식 성공도)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p.250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은 부모가 아무리 많은 자식이 있더라도 모두 소중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번 장의 내용에 따르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더라도 적어도 더 아프거나 덜 아픈 손가락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번 장의 논의 전개에 앞서 양육 투자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양육 투자란 위의 인용구와 같이 정의되는데, 결국 부모가 많은 자식들 중에 어떤 개체에게 더 투자하는 것이 유전자의 생존에 유리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자신이 가진 자식 모두에게 동일하게 투자하면 더 많은 유전자를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생존할 확률이 높은 건강한 자식에게 투자하거나 다른 형제에 비해 나이가 어려 독립적으로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운 자식에게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부모는 일종의 편애를 함으로써 최적의 투자를 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모의 입장과 반대로 자식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여러 가지 이기적인 행동을 할 수가 있다. 먼저 자식이 부모로부터 먹이를 얻어 먹거나 젖을 먹는 시기가 끝나는 '젖 떼기' 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먹이를 요구할 수 있고, 부모가 먹이를 줄 때 이미 많은 음식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먹이를 달라고 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리고 부모가 먹이를 주지 않을 시에 다른 포식자가 들을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면서 먹이를 요구하는 이른바 '공갈 협박' 전술을 쓸 수도 있는데, 이는 그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체군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앞서 살펴보았던 탁란조의 일종인 뻐꾸기 새끼의 경우 친형제가 아닌 의붓 형제들과 동거하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부모와 자식 개체들 간의 미묘한 갈등은 어느 한 쪽이 전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유전적 전략을 통해 "이상적 상태"에서 타협을 이루어 유전자가 생존하기에 유리한 최적의 조건을 형성해 나갈 것이다.
"세대 간의 전쟁에서 어느 쪽의 승산이 높은가"라는 질문에는 일반적인 답이 없다. 최종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이상적 상태 사이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다.
p.275
수컷은 일반적으로 아무 암컷하고나 짝을 짓고 자식 부양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항하는 대책으로서 암컷은 두 가지 대표 전략을 갖고 있는데, 그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이다.
p.312
암수의 '전쟁'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걸고 있는 이번 9장이지만, 내용을 놓고 보면 전쟁보다는 '성 선택 전략' 정도로 순화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용문에서 요약하고 있듯이, 생태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수컷과 암컷은 생식 세포의 형태,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인 고통과 투자해야하는 시간적인 측면에서 차이를 가진다. 이러한 조건에서 암컷과 수컷은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서로 다른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암컷의 경우 조신형과 경솔형으로, 수컷은 성실형과 바람둥이형으로 단순화하여 구분지을 수 있다. 성실형의 경우 조신형 암컷의 마음을 얻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긴 시간을 잘 버틸 수 있는 반면, 바람둥이형은 그렇지 않다. 바람둥이형의 경우 경솔형 암컷만을 파트너로 만나며 계속 새로운 암컷을 찾아다닌다면 최대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네 가지 분류의 전략의 상호관계를 통해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앞선 장에서 설명되었던 ESS가 도출될 수 있다. 또한 이 네 가지 분류에서 벗어나는 다른 전략도 있는데, 수컷의 경우 사실은 바람둥이형이면서 자신이 성실하고 가정적인 것처럼 속이며 바람피우는 경향을 숨기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암컷의 경우 남들보다 좋은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수컷을 선택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는 수컷에게서 받을 수 있는 자식 양육의 도움을 포기하더라도 좋은 유전자를 얻는 데 전력을 쏟음으로써 자식의 생존률을 높이는 전략인 것이다.
아직도 진화론적 근거에 입각하여 예상할 수 있는 대로, 남성에게는 일반적으로 난혼 경향이 있고 여성에게는 일부일처제 경향이 있다. 특정 사회에서 이 두가지 경향 중 어느 것이 우세한지는 세부적인 문화적 상황에 따라 다르다.
p.317
사회성 곤충의 공적, 특히 협동과 이타주의는 전설적이다.p.329
앞선 8장과 9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부모와 자식 세대 간, 그리고 양성 간의 갈등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 장에서는 개체 간의 협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개체군 내의 '생존 기계'들은 혼자 살아갈 수도 있지만, 무리를 지어 살아갈 때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특히 이번 장에서 사회성 곤충, 그 중에서도 벌목 곤충(Hymenopetera)의 사회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한 마리의 어미에 의해서 거대한 가족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거대한 가족은 하나의 군락이며, 사회라고 볼 수 있다. 벌목 곤충의 사회에서 번식 능력이 있는 암컷은 여왕(여왕개미, 여왕벌)이라고 부르며, 수컷은 개체군에 따라 수개미, 수벌 또는 왕개미, 왕벌이라고 불린다. 이렇게 번식 능력이 있는 개체가 있는 반면, 아이를 키우는 일꾼들도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 "개체군이 아이 낳는 자와 아이 키우는 자로 나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꾼 계급에 속하는 개체들에게는 아무 이익이 없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대로, 벌목 곤충의 군란은 한 마리의 어미에 의해 가족이 형성되므로, 일꾼들이 기르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가족이기도 하다. 즉, 일꾼 개체들 또한 자신의 유전자가 복사되어 있 아이들을 키움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성 곤충을 제외한 다른 개체군에서도 개체 간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이번 장의 말미에 저자는 "서로 등을 긁어 주는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 호혜적 이타주의가 개체들 간에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만약 A라는 개체가 B라는 개체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진드기를 잡아주고난 뒤, A의 머리에 진드기가 생겼을 때 B가 잡아준다면 호혜적 이타주의가 성립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개체가 이러한 아름다운 상황을 만들지는 못할 수 있다. A는 B에게 호의를 배풀었는데 B가 보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에 A는 봉(Sucker) 전략을, B는 사기꾼(Cheat) 전략을 채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A가 B에게 보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원한을 품어 자신을 속인 개체인 B에게 호의를 배푸는 것을 거부한다면, A는 원한자(Grudger) 전략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전략을 갖춘 개체들의 경쟁의 결과는 어떠할까? 저자에 따르면 원한자 전략과 사기꾼 전략은 각각 ESS이기 때문에, 개체군은 이 두 ESS 중 한쪽에 안주할 수 있다. "한 개체군이 절멸에 이르게 하는 ESS에 도달하면 그 개체군은 절멸"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두 개체가 각각 투입량 이상의 이익을 그 관계에서 얻을 수 있다면 상호 이익의 협력 관계는 진화할 것이다.
p.347
자기 복제 능력이 있는 밈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낡은 유형의 진화보다 훨씬 빠르고 독자적 진화를 시작했다.
p.366
밈(meme)은 그리스어 미멤(mimeme)과 유전자(gene)의 합성어로서, '비유전적 문화요소' 또는 '문화의 전달단위'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인간의 문화 또한 유전자와 같이 자기 복제를 통해 전달되어 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만들어낸 용어이다. 밈의 종류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존재한다. 밈은 여러 개가 합쳐져 종교와 같은 '밈 복합체'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른 밈과 경쟁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앞서 살펴보았던 유전자의 특징을 많은 부분에서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와 차이를 가지면서도 밈의 긍정적인 면은 유전자에 비해 많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그 존재감이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말처럼 "유전자는 그 자체는 불멸일지 몰라도 우리 각자의 유전자의 집합은 사라질 운명에 있다." 소크라테스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전자 중에서 살아남은 것이 어떠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남긴 밈 복합체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은, 어떤 문화적 특성이 단지 그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진화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p.376
지금까지 책의 앞부분에서 세대간, 암수간의 갈등이나 호혜적 이타주의와 같이 개체 혹은 개체군 사이에서 벌어지는 생존 경쟁에서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어떠한 전략이, 혹은 어떠한 전략의 비율이 ESS(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인지에 대한 여러 실험과 가설들도 알 수 있었다. 또한 거기서 알 수 있었던 점은, 개개인마다 하나의 전략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을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번 장에서는 죄수의 딜레마와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 어떠한 전략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익숙하게 봐왔던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달리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말 그대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반복해서 시행하는 것이다. 즉, 상대방이 이전에 했던 선택을 확인하고 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인 게임이다. 책에서 다룬 액설로드(Robert M. Axelrod)의 컴퓨터 토너먼트에서는 15가지의 전략이 서로 대전하였고, 각각이 얻은 점수가 계산되었다. 여기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전략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Tit ffor Tat: TFT)' 전략이었는데, 흥미로운 점은 15가지 전략 중 상위 8가지 전략이 모두 '마음씨 좋은 전략'이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득점이 높은 상위 8위가 모두 마음씨 좋은 전략이었으며 못된 전략 7개가 하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p.395
TFT 전략의 특징은 이전에 상대방이 택한 전략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TFT 전략이 실제로 활용된 여러 가지 예시가 제시되어 있는데,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군과 독일군 사이에서 일어났던 '우리도 살고 남도 살리자(live and-let-live)' 운동, 무화과나무와 무화과말벌의 협력관계, 어느 개체나 암컷과 수컷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농어의 교번 시스템, 박쥐들 간의 헌혈까지 다양한 개체군에서 적용하고 있는 TFT 전략을 살펴볼 수 있었다. TFT는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배신하지 않고, 보복은 하되 상대방이 협력을 하면 자신도 다시 협력을 하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마음씨가 좋으면서도 앞서 살펴본 '봉' 전략과 같이 상대방에게 착취당하지 않으며, 배신한 상대에게도 다시 기회를 주는 관대함을 지닌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TFT류 전략의 중요한 특징은 관대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이미 살펴본 대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장기간의 상호 보복의 연쇄를 진정시키는 데 한몫한다.
p.419
표현형(phenotype)이라는 용어는 하나의 유전자가 신체로 발현되는 것, 즉 배 발생 과정을 통해 유전자가 그 대립 유전자에 비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말 할 때 쓰인다.
p.432
이번 책의 마지막장인 13장에서 저자는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용어와 그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 먼저 표현형이란, 위의 인용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하나의 유전자가 생물의 몸을 통해 발현되고 있는 특성이다. 확장된 표현형은 유전자가 자신을 포함하는 몸을 넘어서서 "전 세계에 미치는 모든 효과"를 말한다. 저자는 확장된 표현형의 다양한 예시를 들었는데, 날도래 애벌레가 짓는 집, 달팽이에게 기생하고 있는 흡충(편충류)이 달팽이의 껍떼기 두께에 영향을 미치는 것, 사쿨리나(Sacculina)가 게의 몸 속에 기생해 살면서 게의 생식 능력을 잃도록 만드는 것, 비버가 지은 댐과 양부모의 행동을 조작하는 뻐꾸기의 행동 등이 있었다. 이러한 예시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점은 특정 유전자가 유발하는 개체의 행동은 자신이 속해 있는 개체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나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확장된 표현형의 세계에서는 동물의 행동이 어떻게 해서 그 유전자에게 이익을 주는가 묻지 말고 그 행동이 이익을 주는 것은 누구의 유전자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동물의 행동은,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그 행동을 하는 동물의 몸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p.462
저자는 이번 책을 마무리하며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앞선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유전자는 자신의 복사본을 만들기 위한 "정교한 방법들"을 만들고 적용하여 살아남고 있다. 유전자의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발현되고 있는 표현형과 확장된 표현형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며 택한 많은 생각과 행동들은 과연 우리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은 단지 유전자의 '생존 기계'가 아닌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기적 유전자』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과 더불어, 세상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현상들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해석해볼 수 있는 인식적 성장을 도운 책이었다.
우주의 어느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p.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