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제야 깨달아요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프롤로그

임신은 입덧하고 배만 나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임신 중에 내 몸은 왜 이렇게 변하는지, 모든 게 '정상'이라는 내 몸은 왜 이렇게 아픈지, 과학자들은 여성의 임신과 관련해 어떤 연구를 했는지, 사람들은 어떤 시선으로 임산부를 바라보는지, 커뮤니티에 떠도는 이야기들은 과학적 사실인지. 찾아보고 물어보면서 더듬더듬 나아갔다.
p.11




유산

생애 첫 임신, 화학적 유산으로 종료되다


혈액 1mL당 hCG 농도가 25mIU(호르몬처럼 인체에 효력을 발생시키는 물질의 양을 타나내는 국제단위) 이상이면 임신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고, 3~4일마다 약 두배로 꾸준히 늘어야 임신으로 진행된다.
p.20


"임신테스트기나 혈액 검사, 그러니까 화학적인 방법으로만 임신을 확인하는 경우를 화학적 임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때 임신이 종료되면 화학적 유산이라고 해요."
p.21


임신에 따른 여성의 몸의 변화에 대해 면밀히 다루고 있는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는 과학기자 우아영 작가의 작품이다. 책의 첫 장에서는 임신테스트기의 작동 원리와 혈액 검사에 의한 임신의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과학기자 출신답게 hCG(human chorionic gonadotropin, 인간 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와 같은 전문용어를 곁들여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저술했다는 점에서 현장감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도입부였다. 책의 첫머리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화학적 유산' 경험 과정에 대해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첫 임신의 50~60%가 유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러한 유산은 생각보다 많은 비율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는데, 저자는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너무 당연하게도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하는 기계가 아니라, 숨 쉬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p.24




난임

남편의 정액 검사


엽산 저장량이 부족한 정자도 선천성 기형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엽산은 수용성비타민의 일종으로 DNA 합성과 세포분열 등에 관여하는데, 가임기 여성이 엽산을 먹지 않으면 태아 척추 이분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임기 남성이 엽산을 먹지 않아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p.32)

"난임 치료가 눈에 띄지 않는 혈전을 유발하고 혈압을 상승시키거나 난소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문제가 있다"(p.34)




유방

젖가슴아 힘내!


연구에 따르면, 임신 전부터 수유 첫 한 달까지 각 유방의 부피 증가량은 평균 190.3mL였다고 한다. 이 상태가 수유 6개월까지 유지됐다고. 각 유방 안에 200mL 우유팩을 거의 채울 만한 양의 조직이 들어차 있는 셈인데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임신 초기 유선 조직이 늘어나면서 이곳저곳 신경을 건드릴 터였다.(p.40)

우리 몸에서 어두운 색을 담당하는 멜라닌 색소는 피부 밑 멜라닌 세포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세포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임신 중에 많이 분비된다.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같은 여성호르몬도 멜라닌 세포를 자극한다.(p.42)

임신 중 유륜 주변에 조그마한 종기 같은 게 생긴다고도 한다. 몽고메리 돌기(montgomery's tubercle)라고 불리는 이것은, 기름을 분비해서 유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가슴 피부가 늘어나 트거나, 피부 바로 밑 혈관이 시퍼렇게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p.42)

젖 분비 호르몬인 프로락틴이 제대로 작동해야 비로소 모유가 나온다. 임신 중 프로락틴은 높은 농도를 유지하지만, 이때는 프로게스테론이 프로락틴의 모유 생성 능력을 억제하고 있다. 출산 뒤에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줄어들면 비로소 프로락틴이 작용하면서 초유가 생성된다.(p.44)

산후조리원 대부분이 유방 마사지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모유 수유 상담도 해준다. 모유 수유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p.46)




임신 주수

"섹스한 게 4주 전인데, 왜 넌 임신 6주냐"


이론적으로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임신 0주차 0일로 본다. 흔히 열달 간 아이를 품는다고들 하지만, 인간의 임신 기간은 열 달이 채 안 되는 40주(280일)다.(p.49)

실제로는 28일보다 더 짧거나 긴 사람도 있고, 생리주기가 규칙적인 사람이라도 몸 상태에 따라 들쭉날쭉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 배란은 마지막 생리 시작일로부터 4일째에 일어나는데, 이보다 늦거나 빠른 사람도 있다.(p.52)




입덧

술도 못 먹는데 숙취라니, 억울해서 울 뻔했다


임산부 대부분이 마지막 생리 시작일로부터 4주에서 7주 사이에 구역질과 구토를 겪는단다. 임신 11~13주차에 심하고 대부분 12~14주차 무렵에 사라지지만, 10%는 임신 20주차까지 지속된다고 한다.(p.59)

입덧이 임신에 따른 '정상적인' 보호 기전이라고 강조하면, 삶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진 임산부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p.65)




릴랙신

꼬리뼈야, 제발 진정해!


릴랙신은 분만할 때 태아의 머리가 산도를 통과할 수 있도록 임신 초기부터 엄마의 각종 관절을 이완시키는 호르몬으로, 임신 중 열 배 증가한다.(p.70)

연구에 따르면, 요통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골반을 구성하는 뼈인 천골과 엉덩이뼈인 장골을 연결하는 부위인 '천장관절'의 기능 장애였다고 한다. 배가 나오면 허리가 아플 줄 알았지, 임신 초기부터 호르몬 때문에 엉덩방아를 찧은 것처럼 아플 줄은 생각도 못했다.(p.71)




면역

임신하면 정말 면역력이 떨어질까?


태아의 태반 조직도 엄마 입장에서는 항원에 해당한다. 태아의 절반은 아빠에게서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려면 모체의 면역체계가 태아를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면역학적 관용'이라고 한다.(p.78)




태아 성별

'배테기'로 원하는 성별을 임신한다?


태아의 성별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순간에 정해진다. 난자에는 X염색체만 있고, 정자가 X염색체를 가졌는지 혹은 Y염색체를 가졌는지에 따라 XX와 XY가 정해진다.(p.88)

여성의 몸은 약 200만 개의 원시난포(미성숙 난자)를 갖고 태어나는데, 생리 주기 때무다 이 원시난포들 중 몇 개가 자란다. 그리고 마지막 생리 시작일로부터 약 2주가 되는 날 황체 형성 호르몬(LH)이 분비되어 빵빵해진 난포를 터뜨려 난자를 배란시킨다.(p.88)




두통

최악의 '두통덧'을 경험하다


연구자들은 임신 후 수면변화나 입덧, 탈수, 스트레스 등을 두통의 원인으로 꼽았다.(p.96)

국제두통질환 분류 제3판(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ders, ISH)에 따르면, '카페인 금단성 두통'이란 2주 이상 매일 200mg을 초과하는 카페인을 섭취하던 사람이 이를 갑자기 중단한 뒤 24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두통이다. 더는 카페인을 마시지 않을 경우 7일 이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진다.(p.97)




임산부의 성

섹스하고 싶어!


임신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유방이 커지고 민감해지며 생식기로 가는 혈액량이 늘어나는데, 이게 어떤 이에게는 성욕을 높이는 결과로, 어떤 이에게는 통증을 유발하여 도리어 성욕을 덜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p.109)

연구진은 "여성은 분만 유형과 관계없이 출산 6개월 후 성기능이 임신 전과 비슷해진다는 사실을 통보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p.112)




체온

왜 이렇게 더운 걸까?


임신이 되지 않고 생리할 때가 다가오면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이 급감하기 대문에 체온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반면 임신이 되면 이 호르몬이 계속 나와서 체온도 고온으로 유지된다(p.118)

조사한 429명의 임산부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안면홍조나 밤중에 땀을 흘리는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연구에 참여한 의사들은 에스트로겐 같은 여성호르몬이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p.122)




제발 잠 좀 자고 싶다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은 신체를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일부 여성은 이런 효과를 피로감으로 느낄 수 있다. 이밖에도 태아가 자라면서 자궁이 커지고 체중이 늘고 체액이 쌓이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p.128)

야간 빈뇨는 밤새 나트륨 분비 증가와 관련이 있고 이 대문에 소변 양이 늘었다고 한다. 나트륨 분비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호르몬 변화를 들었다. 특히 임신 후기에는 임신 초·중기와 비교했을 때 밤중 소변은 좀 덜 늘지만, 자궁이 방광을 압박해 소변이 자주 마려운 거라고 결론 내렸다.(p.131)

임신한 많은 여성이 임신 14주 이후부터 다리 경련(leg cramps)을 겪는다. 특히 밤에 자주 겪는다.(p.133)




체중

나는 물풍선이었다


임신 중이더라도 의학적으로는 하루 300kcal 정도(밥 한 공기)만 더 섭취하면 된다고 한다.(p.142)

"임신 중 체중 증가 패턴은 S자형이 가장 많다. 비만 여성을 제외하고 BMI 범주 전반에 걸쳐 임신 후기보다 중기에 체중이 더 빨리 는다."(p.146)

임신한 동안 증가한 체중의 상당량은 단백질이나 지방이 아니라 수분이라고 한다. 하이튼 박사가 1991년에 발표한 저서에 따르면, 임신 후기까지 수분은 평균 7~8L가 늘어난다(태아에 2.414kg, 태반에 0.54kg, 양막에 0.792kg, 자궁에 0.8kg, 유선에 0.394kg, 혈액에 1.267kg, 세포외액에 1.496~4.697kg 포함).(p.148)




시선

임산부를 무례하게 대하는 법


당장 나부터도 이 글을 쓰면서 앞으로 다른 임산부를 만날 때 외모에 대해 말하거나, 배를 대놓고 쳐다본다거나, 임신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p.163




임신선과 튼살

배 한가운데에 봉제선이 생겼다


인체의 배 정중선에 배 근육의 근막들이 모여 이뤄진 '백선(linea alba)'이라는 게 있다. 주변보다 색소가 적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우리 몸에서 배는 내부의 압력과 호흡을 지지하고 가슴운동을 돕는데, 백선은 이 기능의 일부를 담당한다. 여기에 색소가 침착되면서 '흑선(linea nigra)'으로 변하는 것이 바로 임신선이다.(p.166)

멜라닌세포 자극 호르몬은 색소를 만드는 것 외에 식욕, 에너지 균형, 성적 흥분을 조절하고 다양한 항염, 보호 작용을 한다. 임신 중 엄청나게 증가하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호르몬도 멜라닌세포를 자극한다.(p.169)




태동

태동이 성가신 난 나쁜 엄마일까?


임신 15주차가 되면 태아는 호흡운동을 비롯해 머리 회전, 머리 굽히기, 턱 벌리기, 빨기, 삼키기, 깜짝 놀라기, 딸국질, 손으로 얼굴 만지기, 팔운동, 다리운동, 하품, 스트레칭 등을 할 수 있게 되는게, 이즈음부터는 엄마도 태동을 느낄 수 있다.(p.176)

태동은 태아의 근골격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 연구에 따르면 태아가 계속 자라면서 움직일 공간이 좁아져 태동이 줄거나 둔해지지만, 골격 안에 생기는 저항력(응력)과 골격이 순간적으로 변하는 정도는 임신 35주차까지 꾸준히 늘었단다. 태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궁벽으로부터 저항을 많이 받아 뼈를 단련하는 셈이다.(p.180)




관절

어느 날 똥꼬에 손이 닿지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임산부들은 바닥에서 무언가를 집을 때, 안전벨트를 맬 때, 차에 타거나 내릴 때, 또 침대에 눕거나 침대에서 일어날 때 기동성(mobility)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제한된 공간에서 몸을 구부리거나 비틀거나 들어 올리는 행동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p.192)

배가 나올수록 팔자걸음을 걷게 되는데, 팔자걸음이 실은 무릎 관절의 부담을 줄여준다고 한다.(p.192)




빈혈, 변비, 치질

똥 때문에 아이가 눌리면 어떡하지?


피가 너무 묽으면 출산할 때 출혈 위험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피가 급격히 묽어지기 시작하는 임신 16주차부터 빈혈 예방을 위해 철분제를 보충해야 한다. 그런데 철분제의 대표 부작용이 바로 변비다.(p.200)

출산 후 어느 날 대변을 보는데 피가 제법 쏟아졌다. 처음엔 생리를 다시 시작한 줄 알았다. 이제 피임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뒷수습을 하는데 아무리 봐도 질에서 피가 나오는 게 아니었다. 항문에 뭔가가 만져졌다. 임신성 치핵인 것 같았다. 치핵은 항문 혈관과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아래로 늘어져 생기는 덩어리로, 치질의 일종이다.(p.203)




임신성 당뇨병

그 날, 초콜릿 두 봉지를 해치웠다


이걸 에너지로 이용하려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흡수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거나 분비량이 부족하면 포도당이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넘쳐흐르다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게 바로 당뇨병이다.(p.206)

엄마의 체세포가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흡수해 에너지로 바꿔 쓰는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태아에게 영양분을 잘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혈당이 높아지기 쉬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엄마 몸은 인슐린 물량전을 펼친다. 임신 전에 비해 인슐린 분비바 200~250%까지 늘어난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인슐린 기능이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추가로 분비되지 않으면 결국 고혈당 상태가 된다. 이게 바로 임신성 당뇨병이다.(p.206)

임신성 당뇨병은 아이의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신생아 저혈당증, 신생아 황달, 호흡 곤란증 같은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 초등학교 때부터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고, 사춘기에 내당능 장애(당뇨병 전 단계)로 발전한다는 보고도 있다.(p.209)




임신성 소양증

병명 PUPPP?


PUPP(Pruritic Urticarial Papules and Plaques of Pregnancy)는 산모 130~3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아직 명확한 정의조차 없다. 연구자에 따라 임신성 중독 발진, 후기 임신성 양진, 임신 중독성 홍반, 임신성 다형 발진 등 다양하게 불렸다. 주로 임신 후기에 복부, 대퇴부, 둔부에 발생한다고 했다.(p.223)

논문을 처음 발견했을 때 걸었던 기대와 달리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었다. 대부분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항히스타민제로 증상이 호전된다고 한다.(p.224)




그 밖의 임신 부작용

헉헉, 이러다 죽는 건 아니겠지


임신을 하면 커진 자궁 때문에 횡격막이 4cm가량 올라간다. 즉, 폐의 일부가 항상 눌린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숨을 내쉰 뒤 폐에 남아 있는 기체의 양(기능적 잔기량)이 10~25% 줄어든다. 평소 폐에 가지고 다니는 공기의 양이 줄어든다는 뜻이다.(p.229)

임신 중 고농도의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기도 조직의 세포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히알루론산이란 물질의 생성을 촉진한다. 그 결과 조직 내 수분량이 증가하면서 몸이 붓는 부종이 생긴다고 한다.(p.232)




산전·산후우울증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산후우울증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크게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심리학적 요인이 있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출산에 따른 여러 호르몬 변화, 감염과 같은 분만 전후의 의학적 상태 변화, 유전 등이 있다.…사회심리학적 요인으로는 결혼 상태, 사회·경제적 지위, 자아 존중감, 산전 우울감, 산전 불안, 임신 의도, 우울 병력, 사회적 지지, 결혼 및 배우자 만족, 생활 스트레스, 양육 스트레스, 아기의 기질, 모성 우울감 등이 꼽힌다.(p.242)

산전우울증은 산후우울증에 비해 인식조차 거의 없다. 피로나 수면장애, 식욕 감퇴 같은 우울증의 몇 가지 신체적 증상은 임신 중 '정상' 증상과도 매우 비슷하다.(p.246)




출산

무통분만은 없다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출산 후에는 마치 생리처럼 질을 통해 출혈이 계속되는데 이걸 '오로'라고 한다.(p.252)

제왕절개를 한 경우 다음 임신 때 태반이 잘못된 위치에 자라는 전치태반이나 자궁 파열, 사산, 불임 등의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p.259)

자연분만에도 위험이 존재한다. 예컨태, 흔히 회음부(질과 항문 사이 부분)가 찢어진다. 과도한 열상이 생기면 고통이 심하고 회복이 느려서 진통 중에 회음부를 미리 칼로 절개하기도 한다. 골반에 붙어 있는 근육이 손상되기도 한다. 일시적 또는 만성 골반통이 생긴다. 근육 손상으로 방광이나 자궁, 직장 등이 질 쪽으로 돌출되는 골반 장기 탈출증이 생길 수도 있다.(p.259)




모성 사망, 고위험 임신

출산 중에 죽는 여성이 여전히 많다


한국의 모성사망 원인과 경향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산과적 색전증이 24.4%로 가장 많았다. 색전증은 혈관이나 림프관으로 운반된 부유물이 혈관 협착이나 폐색을 일으키는 증세이다. 이 중에서도 양수색전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많았다.(p.267)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지면 조산할 위험이 있다. 경부를 꿰매 아기가 더 내려오지 못하도록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p.269)

임신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이 앞으로 닥칠 신체적·정신적 변화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얻게 되면 좋겠다. 임산부를 더 잘 이해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p.273)




에필로그

출산은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아니다


이상한 말이만, 내가 겪은 이 모든 과정을 엄마도 겪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 당신 혼자 감당해야 했던 무게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 마음이 아렸다. 그리고 한편 생각했다. 지금 상황이 많이 나아진 걸까?(p.276)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거나 기억해두면 좋을법한 문장들을 정리해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 중에서 가장 중심에 있었던 것은 아이를 가진 이후로부터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우며 불편한 과정을 온전히 겪었을 모든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었고, 또한 이 어려운 과정을 임산부 혼자만의 과제로 남겨두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겪어왔던 임신의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하면서 임산부가 겪는 고통과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먼저, 임산부를 비롯한 사람들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관련 전공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우리들은 대부분 임신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알기 힘들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하여 착상하면서 임신이 시작된다는 것은 학교를 다니면서 누구나 배우지만,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의 장단점에 대해 알고싶다면 궁금한 사람이 직접 찾아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 심지어 스스로 임신을 경험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러한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서 먼저 찾아나서기 전에 누군가 나서 알려주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한 정보들은 임산부가 자신의 몸을 돌보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두 번째로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미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러 정책과 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는 현실적이지 않거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 보인다. 이는 임산부가 시기별로 겪을 수 있는 실제적인 증상이나 여러 어려움들이 정책 결정에 고려되지 않았거나 일부만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 정책과 제도를 손볼 때, 단순히 임산부로서 얻을 수 있는 혜택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여 임신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직까지 미진한 부분에 대한 연구이다. 이 책의 저자인 우아영 작가의 경우 과학기자 출신으로서 논문을 찾아보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성 소양증 등과 같이 임신과 관련하여 찾기 어려운 정보들도 더러 있었다. 그만큼, 아직까지도 임신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분야가 많이 있으며 후속 연구가 필요한 주제들도 많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말했던 정보 측면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임신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생겨날 것이고, 이러한 정보가 배포되고 교육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더 많은 임산부들과 그의 가족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이다. 결국은 임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앞서 말한 부분들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열쇠이기 때문에, 가장 필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임산부는 출산을 하는 기계가 아니라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가지는 인간이라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할만한 명제지만, 실제로 임산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면 그러한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임신부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산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더욱 면밀하고 체계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임신과 출산에 대한 편협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책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는 임산부로서 실제로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살펴보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을 짚어 봄으로써, 임신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임산부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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