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한 대」 -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읽었다옹

by 수상한호랑이

초 한 대─

내 방에 품긴 향내를 맡는다.


광명의 제단이 무너지기 전

나는 깨끗한 제물을 보았다.


염소의 갈비뼈 같은 그의 몸,

그의 생명인 심지心志까지

백옥 같은 눈물과 피를 흘려

불 살려 버린다.


그러고도 책상머리에 아롱거리며

선녀같은 촛불은 춤을 춘다.


매를 본 꿩이 도망하듯이

암흑暗黑이 창구멍으로 도망한

나의 방에 품긴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보노라.


(1934.12.24)




2023.12.21. 어둠에 휩싸인 세상에 빛을 전해주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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