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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May 03. 2016

도심 한옥의 봄 나기

봄맞이 대청소




 봄맞이 청소 중. 



 소파 쿠션을 들어 구석구석 먼지를 흡입하다 커터칼과 오백 원 발견. 커터칼은 왜 사는 족족 사라지는가 했더니 여기 숨어 있었네. 오백 원은 진작에 배가 갈라지고 재봉합된 돼지 저금통으로.



 청소기로도 흡입되지 않는 미셸의 묵은 털은 손으로 슥슥 긁어모으면 뭉쳐 나온다. 분명 달갑지 않은 먼지투성이지만 이 또한 사랑스러운 것은 집사병 말기 증세인 탓일까..



 바닥을 비롯한 아랫동네를 청소했으니 이제 윗동네를 살필 차례다. 나무에 좋다는 레몬 오일을 마른 천에 묻혀 대들보와 서까래에 슥슥, 진한 레몬향이 집안으로 번지기 시작.



 지난 겨울, 공사 당시 닦아놓고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천장 등. 깨끗이 닦아 놓으니 말끔하다. 물건이 깨끗해지면 마음도 덩달아 개운해진다.


 


 한 낮에는 볕이 강해 물청소를 해도 타일 바닥이 금방 말라버린다. 물청소를 마치고 잠시 딴청을 부리다 이불 빨래를 위해 볕을 살피려 마당에 나갔더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디선가 날아든 호랑나비와 그 주변을 맴도는 맹수 한 마리. 어흥.



 볕이 좋은 틈을 타 본격적인 이불 빨래가 시작되고, 마당으로 널어 놓은 담요를 향해 날아 오른 나비는 기력을 회복했는지, 눈가에서 사라졌다. 나비가 날아든 게 무슨 징조인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이불이 다 말랐다.



 이불 빨래를 한 번 더 돌릴 것인가, 미셸은 어째서 항상 깨끗이 청소를 해 놓으면 굳이 꼭 그 위로 자리를 잡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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