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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May 17. 2017

딸기 샌드위치

여름의 문턱에서 만난 봄 딸기





여름의 문턱에서 만난 봄딸기




 입하立夏 에 들어선 여름의 문턱. 아직 완연히 가시지 않은 봄날의 기억을 파노라마 펼치듯 괜스레 들춰본다. 마음껏 즐기지 못한 봄날의 이벤트가 아쉽다. 꽃그늘 아래 펼쳐진 피크닉이라든가, 진달래 만개한 능선 따라 즐기는 트레킹이라든지. 작년쯤에도 봄을 흘러 보내며 아쉬움에 사로 잡혔다. 아마 재작년 봄도 꼭 같았을 거다. 내년 봄에 하지 뭐. 일상의 타성이라 해야 하나, 관성이라 해야 하나? 나는 변화가 미비한, 혹은 한결같은 상태의 물성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간만에 만난 오래된 지인으로부터 "여전하군요"라며 건네는 인사말 듣는걸 좋아한다. 


 어쨌거나 봄은 사라져가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향긋한 미풍이 맨살을 자극하는 늦봄과 초여름 사이. 여전히 여전한 <나>이지만, 본격적으로 도래할 여름을 맞이하기에 앞서, 이 봄을 계절의 끝자락 어딘가 즈음으로 보낼 수 있도록 나만의 작은 의식을 치러본다. 이 계절이 가고 나면, 꼬박 한 해를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빨갛고 예쁜 봄 딸기로.



 봄 딸기와 크로아상, 그리고 크림의 삼단 콜라보레이션.



 이것이 아마 올 해의 마지막 딸기가 될 것이다. 봄의 마스코트라고 해야 하나? 덕분에 눈으로도, 입으로도 즐거웠던 순간들. Strawberry Fields Forever.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빵을 반으로 가를 때면 '위와 아래의 면적이 꼭 같게 잘라야지' 되뇌면서도 언제나 꼭 항상 아랫면을 얇게 갈라 버린다. 어쩔 땐, 말도 안 되게 비대칭으로 저미다 시피 베어내 빵에 구멍이 생기기도 일쑤. 이것도 오래된 습관 중 하나. 이번엔 얼추 비슷하게 잘렸나?



 어쩌다 보니, 주방에서 쓰는 도구가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는 요즘. 한 번 씩 무소유의 욕망이 마음을 휩쓸고 갈 때면, 어느새 쌓여버린 물건들을 정리하고픈 마음에 안절부절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은 살림에 슈가파우더를 뿌릴라 치면, 이렇게 차망으로 잔머리를 팽팽 굴려도 보고.




여전했던 봄날,
바알간 여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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