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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Jun 16. 2016

여름, 바람, 빛 그리고

망종의 습지


  



 망종이 시작되는 6월 초.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포도밭. 태양과 바람이 빚어내는 적당한 온습도가 충만한 망종의 시기는 한 해 중 가장 바쁜 농사철이기도 하다. 어린 아이의 서투른 손길 조차 아쉬울 노릇. 이제 막 수정을 이룬 풋내 나는 포도송이. 모양을 예쁘게 잡아주기 위해 씨도 추려야 하고, 꽃가루도 떨궈야 한다.





 습지로 향하는 길목에서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의 유혹. 




 흔들리는 금계국 군락.  사방에서 휘날리는 바람에 황금빛 들꽃이 유연한 댄스를 즐기는 듯하다.  







 봄철, 그토록 아름답던 매화 나무는 초록으로 영근 매실을 내어 주고, 문득 이 시기에 마무리 지어야 할 과업을 상기시킨다. 

 



 길을 돌아나와 다리 건너편 습지로 당도하니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풀이 '동풍에 나부껴 울고' 있다. 아니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고' 있다. 








 바람과 대기와 빛과. 세계가 빚어 놓은 분위기에서 일부러라도 발을 떼어 뒷걸음쳐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태양빛이 유효한 시점에서는 아직 이르다. 비록 해가 서산에 걸친 채 태양의 입자가 보일 듯 미비한 빛을 토해내고 있을지라도 오히려 그 극적인 명암이 다시 한 번 더 뒷목을 잡아 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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