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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stain Life Nov 11. 2015

You're the apple of my eyes.

제철 재료 듬뿍 고구마 사과 파이





짜릿하게 뇌리를 스쳐가는
혈당(blood sugar)과 카페인(caffeine)의 유혹




 디저트, 우리말로는 후식. 말 그대로 식사 후에 챙겨먹는 음식이다. 서서히 차오르는 속을 가라 앉혀주는 한 잔의 음료가 될 수도 있으며 입가에 맴돌고 있는 잡다한 맛의 여운을 달콤함으로 마무리 지을 감미품, 혹은 차가운 셔벗이나 아이스크림, 요거트 등 디저트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디저트만 따로 취급하는 전문점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을 정도니 점점  세분화되어가는 식문화에 대한 열기가 사뭇 뜨겁다.



 디저트라는 말 자체가 프랑스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시피, 디저트를 즐기는 일은 유럽인들의 음식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가 식민화된 경작지를 중심으로  대량생산되기 이전에는 단 맛을 내는 감미품이란 일부 계층의 사람들만이 먹을 수 있는 매우 귀한 식재료였다. 중세 이후,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개척이 활기를 띄며 더불어 성장한  무역과 상업활동은 식문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디저트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일부 특권층만이 먹을 수 있던 달콤한 설탕 또한 플랜테이션을 통해 점차 대중적인 식재료로 거듭나 결과, 수많은 디저트를 파생하며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근대에 이르러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과학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도약하게 된 것은 '아이스크림'이나 '셔벗'과 같은 냉매재를 활용한 식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을 제외한 지역의 사람들은 식사 후, 따로 먹고 마실 것을 챙기지 않았을 터. 중국인들의 차문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차마고도', 일찌감치 서방세계에 문호를 개방한 일본에는 포르투갈인들이 남기고 간 '나가사키 카스텔라'가 있다. 우리나라 또한 '입가심'이라는 순 우리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식사 후, 텁텁한 입맛을 가시게 하는 다양한 종류의 후식 문화가 예로부터 발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동아시아 삼국에서 주로 재배되는 '팥'은 중국의 월병, 한국의 동지 문화, 일본의 화과자와 양갱 등의 먹거리로 활용되며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식재료로써 현재까지도 동양 고유의 오랜 정체성을 띈 채 무한한 변신중.






가을 추수의 대미를 장식하는 고구마는 겨우내 긴긴밤을 심심찮게 달래 주기도 할 훌륭한 저장식. 오며 가며 들른 주변 사람들의 집 한 구석에는 약속이나 한 듯 각지에서 배송된 햇 고구마가 한 박스씩 놓여 있다. 텃밭에서 수확한 나의 고구마는 울룩불룩 투박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어떤 고구마는 매끈한 밤톨처럼 예쁘게 빛나고 있더라. 두루두루 나누어 먹자며 조금씩 조금씩 얻어다 놓고 보니 모양도 맛도 각양각색.



 입동이 지난 지금까지도 붉게 물든 낭랑한 사과를 위해 수확을 미루고 있는 과수원이 있다. 아오리, 홍옥 등의 여름 사과가 지나간 뒤, 입동을 전후로 막바지 걷이가 한창인 사과계의 여왕 부사. 시간이  지날수록 씨방 주변으로 꿀이 차오르는 마술을 부리는 영롱한 과일.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햇사과의 탱탱한 탄력과 한 손에 움켜쥐면 묵직한 무게감으로 풍성함을 선사하는. 우연히 사과에 어떤 물체가 부닥치기라도 한다면 맑은 음을 튕겨내며 달콤한 아삭 거림으로 가득 찬 과즙을 금방이라도 뿜어 낼 것만 같은, You're the apple of my eyes.









 달콤함으로 무장한 부드럽고 촉촉한 감미품 한 조각과 뇌리를 스치며 정신세계를 영롱하게 화하는 카페인의 유혹은 감히 떨쳐내기가 고달프다. 그래도 건강은 챙겨야 할 것 같아 나름 균형 잡힌 식단의 식사를 끝낸 후, 인내롭게 받아 든 커피와 파이 한 조각은 과연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소울푸드. 그도 그런 것이 포도당으로 똘똘 뭉친 달콤한 감미품은 혈당량을 넉넉히 채운 뒤 뇌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카페인이 그득한 커피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각성효과를 선사해 주니 이 둘의 환상적인 조합이야말로 소시민의 쾌락을 충족시켜 주는 합법적인 기호식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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