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주식 보듯이 하지 않겠습니다

장사 1달 차... 반성합니다

by 김적당

에너지를 쏟아부은 첫 달.

일주일은 꼬박 오픈부터 마감까지 근무했다. 아침 7시에 나와 저녁 11시까지. 그래도 피곤한 줄 몰랐고, 직원들에게는 가르쳐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


직원들의 숙련도가 조금씩 올라오자 내게도 여유가 생겼다. 제대로 밥 먹을 시간도 났고, 사무 업무도 조금씩 볼 수 있었다.




유니폼을 갈아입지 않고 자리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던 나날들.


태풍 영향으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비 오는 거리.


그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매출 어플을 5분마다 업데이트하는 나였다!

마치 주식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매출이 등락하는지 멀뚱멀뚱 지켜보는 나. 시간별로 업데이트하며 일희일비해버린다. 뭘 해야 고객이 올까. 어떻게 해야 매출이 오를까. 왜 손님이 오지 않을까. 이 달에 손익분기는 달성할 수 있을까. 걱정과 고민은 잔뜩 하면서 하는 거라곤 매출 어플을 다시 업데이트하는 것뿐이었다.





아직 2주. 모든 직원들이 나처럼 일할 수 없고, 아직 가르쳐줄게 많다.

매장에 매일 손 닿아야 하는 곳은 많고, 하루도 게을리할 수 없는 일들이 산적해있다.

다시 내가 할 일을 정리해본다.





1. 비로 얼룩진 유리창 닦기

4면 중 2면이 유리창으로 된 매장이다. 유리가 더러우면 금방 오래된 매장처럼 보일 것이다. 유리창 닦는 로봇을 샀다. 매장에 포장하러 온 분들이 보시고 구매 좌표를 공유해가기도 했다.

3ACC972D-27D8-4D3F-A174-D79BB6604590.JPG
D674BCF8-FD89-4AFE-BCCC-3FEC5984CD5A.JPG




2. MD장 닦고 진열 재정비하기

겨우 2~3주 운영했지만 잘 팔리는 것과 아닌 것이 보였다. 잘 팔리는 디카페인과 비니스트 라인을 전면에 게시해야 했다. 맨 밑에 줄은 가격표 각도를 45도로 눕혔다. 서있는 사람의 시선에도 가격표와 제품 설명이 잘 보이도록!

IMG_2414.jpg




3. 스낵바 진열 재정비하기

주문하면서 하나씩 집어가기 쉬운 단백질 에너지바를 전면 배치했다. 그 전에는 에너지바는 뒤에 있고, 앞에는 박스들이 진열되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줍줍' 하기 좋도록 배치해보자. 실제로 이렇게 바꾸고 오전에 커피 포장하러 온 고객들의 단백질 바 구매율이 늘었다. 나라도 아침에 간단하게 사 먹을 것 같다!

IMG_2415.jpg




4. 쇼케이스 진열 재정비하기

폐기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정말 먹음직스럽지 않다. 원목 계열 소품들을 사서 쇼케이스 내부 제품이 최대한 갓 구운 따뜻한 베이커리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샌드위치 계열을 한 트레이에, 간단하게 먹기 좋은 디저트를 한 트레이에 모으고, 조금 더 힘주어 보여주고 싶은 제품은 1열로 배치했다.

낮시간에는 40% 이상 주문이 '포장'이다. 그래서 같이 사가기 좋은 포장된 스콘, 브라우니, 햄앤치즈 샌드위치도 들였다. 냉장 유통이라 유통기한이 일주일 내외인 단점이 있지만 한번 해보자! 싶었다. 햄앤치즈 샌드위치는 매일 3~4개씩 판매되어 순환율이 매우 좋은 편이다. (첫 주에는 팔리지 않아 직원들과 다 나눠먹었음.)

IMG_2413.jpg
IMG_2412.jpg




5. 의자, 탁자 닦기

직원들이 홀 라운딩 할 때, 테이블 위는 잘 닦지만 의자 위의 빵 부스러기나, 탁자 다리 등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습해지니 거미줄도 종종 보였다. (이런 건 왜 주인 눈에만 보이는 걸까?) 구석구석 코너까지 새 단장하는 마음으로 싹 닦았다. 깨끗하게 관리해서 오래오래 쓰자..!

IMG_2419.jpg




6. 창고 정리정돈!

규칙은 질서를 만들고, 질서는 효율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모든 자동차가 신호에 맞춰 움직이듯! 고객에게 보이는 곳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창고, 냉장/냉동고 안에도 규칙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온 선반에는 라벨을 모두 부착하여 제품 위치를 지정하여 재고 파악을 용이하게 했고, 냉장/냉동고도 메뉴 동선은 짧도록, 재고 관리는 용이하도록 자리를 세팅하였다. 직원들이 재고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메뉴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메뉴 제조의 효율이 극대화된다고 믿는다.

IMG_2416.jpg
IMG_2418.jpg
IMG_2417.jpg





사소하지만 매일 부지런히 해야 하는 것들, 이게 오늘도 내가 매출과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다.



씨씨티비만 보지 말고,
매출만 들여다보지 말고
매장 가꾸는 일에 최선을 다하세요!




내가 6년 동안 커피 회사에 일하면서 점주들에게 가졌던 마음이다. 그런데 내가 그러고 있었다. 오픈한 지 3주 만에!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겠다며 반성하는 아침이다. 매출을 마치 떡상할 주식 보듯이 보지 않겠다, 다짐했다!




장사하면서 요행을 바라지 말자.
장사는 순수한 나의 에너지와 노동력에 대한 보답이다.
절대 가만히 앉아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자.
매일 문 열 가게가 있음에 감사하자.
방금 커피 한 잔 사간 고객에게 감사하자.
오늘도 성실히 일해주는 직원에게 감사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돈 세다 지치고 싶었는데 돈이 새서 지친 주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