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세다 지치고 싶었는데
돈이 새서 지친 주인장

돈은 새도 좋은 기운은 새지 않도록!

by 김적당

2022년 7월 30일.

오픈 프로모션 이벤트와 함께 드디어 문을 열었다.





첫날은 아메리카노 1500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이튿날에는 금액별로 머그컵, 커피믹스 등 증정품을 드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첫날 문전성시를 이룬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증정 이벤트도 하루 만에 다 소진되었다.





이틀 동안 너무 바빠서 배가 고픈지, 화장실이 가고 싶은지도 까먹을 지경이었다. 내가 임신 14주 차였다는 사실도!





나 부자 되는 거 아니야?





이 넓은 세상에 내가 문 여는 카페가 생긴 것도 신기한데, 그 문을 열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은 더 경이로웠다. 바쁜 와중에도 '한번 가봤는데, 불친절하고 메뉴도 늦게 나와서 다신 안 가려고'라는 인상을 절대 주지 않으려고 한 분 한 분 감사히 인사하고, 한 메뉴 한 메뉴 신중하고 소중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꿈같은 이틀이 지나 8월 1일이 되었다. 심지어 월요일이었다. 이날은 마치 로켓이 우주 궤도에 안착한 날 같았다. 로켓을 쏘아 올리면 빠른 속도로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그리고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한 분리 단계를 거쳐 우주 세계로 진입한다. 무중력의 우주는 굉음을 내뿜던 지구와 달리 무척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날부터 우리의 하루하루는 우주 속을 묵묵히 도는 우주선 같았다.










그놈의 '태풍'


올해 여름은 유달리 장마가 짧다고 생각하며 가을을 맞이하려는 찰나, 방심한 우리에게 서울 도심 물난리를 선사했던 8월 늦더위 태풍. 대구는 비가 안 오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적어도 이틀은 비가 왔고, 하루 사이에도 여러 번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했다. (나라도 어디 나가기 딱 싫은 날씨였다.)


비가 오는 날에는 정말 끔찍한 일 매출을 찍었다. 도로에는 사람이 없었고, 직원과 나는 바텐에서 지루함을 느끼며 서 있었다. 이 매장은 정말 오늘의 기분에 따라 '커피 한 잔 하까?'라며 들어올 동네에 위치한다. 일부러 약속을 잡거나, 누구를 만나기 위해 멀리서 오는 사람이 약속 장소로 잡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냥 그날의 기분이 '커피 먹고 싶다'면 오는 동네 카페인데, 외출하고 싶지 않은 날씨에는 매출이 정말 바닥이었다.


마음 컨트롤이 정말 필요한 때였다. 직원들에 나의 근심이 나쁜 에너지로 영향 주지 않도록, 사기가 떨어져 출퇴근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그럼에도 오늘 할 청소를 미루지 않는 것. 그랬어야 했다.





배스킨라빈스 안녕..?


길 건너편에 배스킨라빈스가 있었는데, 우리가 공사할 즈음에 매장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였다. 요즘 버전의 인테리어로 싹 바뀐 휘황 찬란 베스킨이 오픈하자 매장에 빙수 먹으러 오는 손님이 뚝 끊겼다. 주말에는 정말 없어서 못 팔아 죄송하다고 돌려보내기 일쑤인 효자상품이 아이스크림에 밀린 것이다.


근처 식당도 없어 저녁 손님이 미비한 편이라 2주 차에는 마감 직원을 남겨두고 퇴근할 수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는 베스킨 앞을 지나갈 수밖에 없는데, 키오스크 앞에 주문할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정말 '하...'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우리 매장이 오픈 2일 동안 바쁠 때, 인근 카페 사장님들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새로운 것에 금방 반응하고 움직이는 것이 작은 동네의 특성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 앞에 새로운 것이 생겨도 바로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집 앞에 생긴 수제버거집은 1년 만에 처음 가서는 '여기 언제 생겼어요?'라고 물었다. 아직 우리 매장을 안 와본 사람도 많을 것이니 힘을 내자고 다짐했다.





돈 세는 소리 (X), 돈이 새는 소리 (O)


카페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 지인들도 많이 왔다. 화분을 보내 주거나 현금을 주시는 어른들도 많았다. 그런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돈을 하나도 받지 않고 메뉴를 다 드렸다. 아기에게는 아기 음료도 하나씩 쥐어주고, 빵도 맛있다며 한 상 푸짐히 구워서 드렸다.


진열장에 전시하던 MD들은 축하해준 남편 지인들에게 드리기도 했고, 직원들이 메뉴 맛을 모르면 판촉 할 수 없으니 내부적인 메뉴 소비도 많이 했다. 그리고 직원들은 근무일 기준 음료 1인 1잔 무료이다. 아마 그것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와 남편도 어디 가서 사 먹을 바에 매장의 음료를 그냥 만들어 마셨다.


어느 것 하나 후회스럽거나 아까운 것은 없다. 그러나 월 말에 물류 주문 비율을 보고서 조금 뜨악 하긴 했다... 매출의 30%가 물류비로 나와야 적정한데 40%가 육박한 것이다.


게다가 일반관리비는 어쩔 것인가. 고무장갑은 싸다고 10개씩 샀고, 효율적인 동선과 깔끔한 정리를 위해 디스펜서와 수납함 구매는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동선을 잡아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매장 규칙 등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그럼에도 여러 달에 나누어 할 수 있었던 구매를 첫 달에 너무 몰아서 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잘못 예측한 피크타임!


보통의 카페는 식사 전, 후 시간대에 바쁘다. 특히 오피스 상권은 점심시간에 엄청난 피크를 경험할 수 있다. 산업단지 사람이 점심시간에 이용할 것과, 저녁 먹은 후 카페로 몰릴 것을 대비해 식사 이후 시간대는 직원 2명을 배치했다.


오픈 한 달이 다되어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보 5분 거리에는 식당다운 식당이 별로 없다. 차로 5분 정도는 나가면 주차장도 있는 큰 식당들이 즐비하다. 즉 여기는 밥 먹으려면 차로 움직여야 하는 상권이었다. 차를 몰고 나간 김에 주차장 좋은 인근 카페를 가기 십상이었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오히려 오후 3시, 저녁 9시가 피크였다. 즉 밥 먹고 2차로 온 사람들 보다,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 친구들이 동네에서 갈 곳을 찾아 이디야로 몰려든 것 같았다. (식사 시간에는 시간대 매출이 0원이 나올 때가 빈번히 있을 정도로 한가했다. 난 그 시간을 활용해 남편과 밥 먹으러 가곤 했는데, 어딜 가나 인근 식당엔 사람이 많았다.)


근무자들의 근무 시간 조정이 불가피했다. 바쁘지도 않은데 2명씩 겹친 시간이 2시간~3시간 정도가 되었으니! 그래도 이제 바로 잡으면 된다.







첫 달 장사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손익까지 정확히 내봐야겠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다! 절대로!


장사는 주인장이 들이는 에너지와 노동이 정직하게 돌아온다고 믿는다. 오늘 기분 좋게 돌아간 고객이 일주일 뒤에 또 찾아줄 것이고, 오늘 하나 더 가르친 직원이 내일은 성장할 것이다. 구석의 먼지를 닦고, 비로 얼룩진 유리창을 깨끗하게 닦고, 창고의 짐들도 깨끗하게 정리한다. 따뜻하고 다정한 기운만큼은 새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 새는 돈은 막고, 좋은 에너지는 가득 차게 하는 것.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자!며 8월 첫 달 장사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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