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합니다.
바리스타 말고 '좋은 이웃'을.

경력직 우대 안 합니다.

by 김적당

창업을 준비하면서 5가지 단계를 밟았다. 처음부터 계획한 단계는 아니었지만, 1달의 고민과 1달의 준비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한 주 한 주 허투루 쓸 수가 없었다. 이제 5단계 중 마지막 단계 '구인'이었다.


첫째, 자본금 얼마를 투자할 수 있는가.

둘째, 업종 및 브랜드 선택 무엇을 할 것인가.

셋째, 입지 선정 어느 자리에 들어갈 것인가.

넷째, 손익분기점 최악의 시나리오와 최상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다섯째, 구인 어떤 사람과 함께 할 것인가.








오픈 3주를 앞두고 알바천국에 구인을 올렸다. 이른 채용공고이긴 했지만, 혹시나 빨리 구해지지 않을 수도 있어 일찍 올렸다. 타 매장의 구인만 도와주다가, 나와 함께 할 사람의 채용이라니! 매일 면접 보는 입장만 되어 봤지, 나의 파트너를 뽑다니! 채용 공고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렸다.






알바천국에서 요구하는 질문에 답변을 달고, 가장 하단에는 나만의 코멘트를 위와 같이 올렸다.





커피 잘하는 바리스타가 아니라
좋은 이웃이 되어 줄 바리스타




여기는 동네 장사, 단골 장사해야 하는 위치다. 가만있어도 손님이 오는 곳이 아니라, 애를 쓰고 애정을 붓고 애살맞게 고객을 대해야 장사가 되는 곳이다. 이런 태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다, '좋은 이웃'이라는 말을 먼저 썼다.


내가 동네 카페에서 2년 매니저로 일했을 때 일이다. 그땐 마스크도 안 쓸 때니 나의 얼굴이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면대면될 때였다. 6개월 정도 일하니 동네 슈퍼만 가도 고객과 마주쳤고, 식당만 가도 옆 테이블에 고객의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연예인까진 아니지만, '공인의 삶'이 이런 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저 직원 카페에서는 엄청 친절하게 해 놓고, 사실은 아니잖아?라고 사람들이 실망할까 봐 바르게 행동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동네 장사하는 사람은 결국 동네 사람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를 채용 공고에 그대로 쓴 것이다.




커피를 파는 일터가 아니라
성장하고 즐기는 특별한 놀이터



나는 이 일이 단순히 돈 받고, 요구하는 음료를 내어주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거면 무인 자판기 매장을 차렸다.) 그렇게 생각하는 직원은 미안하지만 함께 할 수 없다. 말 한마디의 센스, 배려, 상냥함, 다정함이 경쟁력이 된다고 믿으며, 그런 친구들을 뽑고 싶었다.


나에게 2년의 매장 경험은 한마디로 '놀이터 같은 일터'였다. 분명 돈을 벌고,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 일터였지만, 나의 장단점이 자유롭고 안전할 수 있는 놀이터였다. 그때 점주님이 그렇게 만들어 주셨고, 10명 남짓의 직원들은 그곳을 즐겼다. 매출은 당연히 좋았고, 동네의 평판과 단골 유치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고객들에게 질 좋은 음료와 쾌적한 공간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프릳츠 김병기 대표는 좋은 품질의 원재료를 쓰는 것은 '윤리 의식' 차원의 문제이지 경쟁력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나에게 서비스가 그렇다. 그것은 윤리적으로 마땅히 해야 할 몫이지 그것이 경쟁력이라고 어필할 수 없다고 본다. 대신 직원들이 이 알바를, 이 일터를, 이 직업을 어떻게 경험하고 떠나게 하는지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력직 우대 안 함
초보자 대환영


흔하디 흔한 '경력직 우대'는 아예 뺐다. 오히려 '초보자 대환영!'을 썼다.


경력직을 우대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내가 경력직이기 때문에 경력직에게 의지해야 하는 점주가 아니었다. 나와 서로의 의견을 놓고 기싸움할 경력직이라면 더더욱 사양이다.


나 역시도 라테와 카푸치노도 구분하지 못하는 초보자로 카페 알바를 시작했다. 커피를 내리는 기술을 익히고, 레시피를 암기하는 것은 '태도'의 영역이지, '경력'의 영역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업종에 일한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경력이 되었는지가 중요했다. 그것은 면접 때 물어보면 되었다. 또 바리스타의 기술과 메뉴 퀄리티는 내가 교육시킬 자신이 있었다. 잘 배워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태도가 좋고, 지금까지의 경험들에 자신의 가치관이 얹어져 그것을 경력으로 만든 사람.


내가 원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여기서 함께 커갈 수 있는 좋은 이웃 같은 친구들이 뽑히길 바랐다.






구인 결과 60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하였다.


정말 깜짝 놀라 구인을 황급히 닫고, 지원한 사람들에게 차근차근 전화를 돌렸다. 나름 1차 면접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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