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디 View

미움받을 용기 그리고 이아람의 음악 Part 1

2526의 그녀, 이아람의 이야기 (1)

by Dike

하루는 음악작업을 하던 중 같이 하던 친구가 갑자기 어떤 곡 하나를 보내왔다. 링크를 클릭하니 피아노 연주와 함께 노래가 시작되었다. <성장통>이라는 곡이었다. 듣다 보니 꽤 익숙한 목소리였다. 처음엔 보아가 생각나는 목소리라서 그런가,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한동안 인디 음악을 전혀 듣지 않았을 때도 이 보컬이 활동했던 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알람 소리와 함께 뜬 핸드폰 화면에는 링크를 보내준 친구의 메시지가 보였다.

"오빠, 전 이 노래 너무 좋아해요."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열한 번째 주인공인 이아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7ymjb17_Vs

이아람 <척>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이아람 : 안녕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이아람입니다. 제 감정과 생각을 곡으로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Q. 지난 1월의 <척> 이후에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A. 이아람 : 거의 놀고 휴식을 하며 지냈어요. 5월에 EP앨범 계획이 있어서 슬슬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Dike : 팔을 다치신 것도 최근의 근황이...


이아람 : 친구들과 스키를 타러 가자는 얘기가 나와서 타러 갔어요. 제가 보드를 타는 게 이번이 2번째였는데 왠지 나는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면서 고급 기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중급코스에서 해보다가 마지막에 그만... (웃음)


[크기변환]5.jpg


Q. 인디View의 고정 질문입니다. 성장과정이 궁금해요. 본인의 일생을 짧게 얘기해 준다면.


A. 이아람 : 저는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어요. 지금은 창원으로 통합이 돼서 다 창원이에요. 학창 시절을 다 창원에서 보냈어요.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아기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수라는 꿈을 가졌어요. 그 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춤을 열심히 췄고 고등학교 때는 댄스팀도 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께 실용음악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시큰둥하셨어요. 고등학교 때 아예 정식 댄스팀에 들어가서 3년 내내 춤만 열심히 추면서 전국 청소년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았어요. 그때는 사실 노래보다는 랩을 좋아해서 랩을 더 많이 했었어요. 학교에서도 그런 걸로 친구들에게 많이 알려져서 선배들이 랩이나 노래를 해달라고 찾아오기도 하고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친구들이 졸고 있으면 저에게 나와서 노래 한번 해보라고 하기도 하셨어요. 그런 게 학교를 다닐 때 일상이었어요. 고2 때부터 실용음악학원을 다니면서 1년 정도 입시 준비를 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과에 진학하는 게 꿈이었는데, 정시 입시 때 예비 2번으로 원하는 대로는 못 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제의로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음향제작과에 진학을 했어요. 그렇게 경기도로 올라오게 되었죠. 어릴 때는 아이돌을 하고 싶었는데 지방에서는 오디션이나 그런 기회가 없으니까 대학부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었어요.


예전부터 혼자 집에서 카세트테이프나 MP3에 노래를 녹음하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도 집에 아직까지 파일이 다 남아 있어요. 그런 식으로 데모를 녹음해서 그 당시 제가 좋아하던 음악 프로듀서들에게 다 보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이 엄청났네요. 그렇게 데모를 보내고 좋게 들어주신 분들에게 연락이 와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하게 된 작업이 2011년에 발매된 JA, 자이언의 <Breath (feat. Beenzino, 이아람)>이에요. 제가 처음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들어서 발매한 첫 앨범이었고 그 이후 여러 힙합 아티스트의 곡에 피처링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힙합씬에서 데뷔를 하게 되었어요. 그 뒤에 아이돌 오디션들도 좀 보면서 레인보우브릿지라는 에이전시 회사(지금의 RBW)에도 1년 정도 에이전시 계약을 해서 있었어요.


동아방송대를 졸업하고 13년에 서울로 올라왔어요. JA라는 힙합 프로듀서 오빠가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같이 <자람 프로젝트>라는 팀을 만들어 정식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으로 피처링이 아닌 저의 곡도 쓰고 공연을 하면서 활동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규앨범을 준비하는 도중 피치 못하게 여러 가지 각자의 사정으로 팀을 중단하게 되었어요. 1년도 채 채우지 못한 짧은 활동 기간이죠. 그 즈음에 서울예술대학교 예술학사과정에 입학했고 자연스레 활동보다는 학교를 열심히 다니게 되었죠. 그리고 졸업을 하고 바로 대학원으로 진학했어요. 제가 원하던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과에 드디어 가게 된 거죠.(웃음) 15년에 입학해서 17년 2월에 바로 졸업했는데, 그 와중에 MCC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만나서 첫 솔로 싱글인 <어느 여름날>이 나왔고, 논문을 쓸 때 즈음엔 마포 FM의 라디오 프로그램인 <게릴라디오>의 DJ도 잠깐 했어요. 17년 하반기에 회사에서 완전히 독립해서 싱글 <조제>를 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혼자서 활동을 해오고 있어요.


항상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음악을 시작한 계기들을 물어보시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특별한 계기가 없이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었고, 곡도 당연히 내 얘기니까 제가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 쓴 거였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KBshPh_KRkU

자람 프로젝트 <딱 한마디만 해줄래>


Dike : 인디뷰에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의외로 특별한 계기 없이 음악을 시작하신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다들 비슷한 얘기를 했었거든요. 오히려 그런 게 더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을까요?


이아람 : 처음 빈지노 님과 피처링을 들어갔을 때였어요. 기분이 뭔가 이상했어요. 고등학교 때 빈지노 님의 앨범을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같은 트랙 안에 같이 목소리가 들어가 있고, 그게 정식 데뷔는 아니지만 피처링으로서의 첫 데뷔였으니까 신기했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는 연예인처럼 마냥 멀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이 하나 둘 이제는 같이 술 한 잔을 하는 사이가 되고 있는 게 신기했고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바라보던 길을 잘 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Dike :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한 번에 쭉 얘기해 주시네요. 처음에 저랑 연락하셨을 때 바로 프로필과 사진을 쫙 정리해서 보내주신 게 너무 인상 깊었어요. 역시 되는 사람은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웃음) 보통은 다들 사진도 늦게 보내주시고 프로필에 경력까지 쫙 정리해서 보내주신 분이 없었거든요.


이아람 : 저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하다 보니 앨범을 만들 때도 기획서를 먼저 만들고 시작을 해요. 언제 발매를 하고, 앨범의 컨셉과 트랙들은 어떻게 될 거고, 커버 디자인은 어떻게 할 것이고, 또 앞으로 일이나 홍보를 어떻게 진행해 나갈 건지까지 정리해서 유통사에 보내요. 보통 유통사에서도 저에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해 주시는데 약간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늘 정리해놓고 있는 편이에요. 그래야 앨범 디자이너 분이나 영상 디렉터 분들이 이해하기도 편하고 제가 일을 진행하기도 편하고요. 덕분에 주변에서는 엔터 회사의 A&R이나 마케팅 일을 하라는 얘기를 듣기도 해요.(웃음) 하고 싶은 대로 막 하는 예술가 성향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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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3년 7월에 자람 프로젝트로 <당신의 한강>으로 데뷔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래퍼와 함께하는 나름 흔치 않은 듀오였어요. 지금 당장 생각나는 비슷한 팀이 이적 님과 김진표 님의 ‘Panic’ 정도인데, JA 님과는 어떻게 만나서 데뷔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상황들이 궁금해요.


A. 이아람 : 아까도 말했듯이 JA오빠는 첫 피처링 곡인 <Breath>의 프로듀서예요. 고등학교 때에 작업을 꼭 같이 해보고 싶어서 싸이월드에 있는 메일 주소로 데모를 보냈는데 연락이 와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제 보컬을 좋아해 주시고 같이 팀을 해보자고 하셔서 결성된 게 자람 프로젝트예요. 'JA'와 '아람'이라서 자람 프로젝트가 되었어요. JA오빠가 비트를 만들고 같이 카페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가사와 멜로디를 쓰고 완성, 또 쓰고 완성, 하는 방식으로 매일 그렇게 곡을 완성했어요. <당신의 한강>도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바로 완성한 곡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힙합곡들에는 후렴에만 보컬 멜로디가 들어가는 방식이 많았던 것 같은데 저희 같은 팀은 잘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자람 프로젝트는 다시 안 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꽤 있어요.


Dike : 저도 자람 프로젝트가 꽤 잘 되었던 팀으로 기억해요. <당신의 한강>이 한강의 테마곡처럼 되었던 것 같아요. 같은 시기에 한 동안 인디 음악을 전혀 못 듣고 있던 저도 자람 프로젝트의 이름만은 알고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MSbg7vjFDEc

JA x GIANT 의 <Breath (feat. Beenzino, 이아람)>


Q. 얘기가 나온 김에 <당신의 한강>이라는 곡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이 곡을 작업하면서 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이아람 : 13년에 처음 서울에 와서 한강을 갔었어요. 여의도 쪽이었는데 너무 신세계였어요. 돗자리 깔고 치킨 시켜먹고 하는 모습들이 너무 여유로워 보여서 그 장면과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처음 경험해보는 거였어요. JA오빠에게 한강에 가서 받은 느낌들을 얘기해주고 이런 곡을 만들자고 했죠. 지금은 얼마인지 모르겠는데 그때 당시엔 3,000원에 1시간 동안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3,000원의 행복 자전거, 같은 가사들이 들어갔어요. 혼자 한강에 많이 갔었는데 그렇게 혼자 음악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있어도 아무도 나를 신경 안 쓰는 게 좋았어요. 가사에는 다 그런 내용들이에요. 후렴 가사가 ‘작은 바람에 작은 바램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당신에게도 불어오길’ 같은 가사가 있어요.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도 제가 한강에서 느낀 기분과 감정들을 느꼈으면 했어요.


Q. 제 주변에서 아람 님을 인터뷰한다고 하니까 <바스락>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 곡은 어떤 곡인지 직접 소개해주세요.


A. 이아람 : 비유적인 표현들로 이루어진 곡이에요. 낙엽이 떨어지고 밟혀서 부서지고 하는 것들을 이별하는 사람의 마음, 추억 등으로 표현했어요. 이별하고 돌아가는 길에 너무 슬퍼서 비틀비틀 걸어질 때, 그 길의 낙엽들이 꼭 너와의 추억들이 떨어지는 것 같고 부서지고 또 멀어지고 있다, 라는 것들을 쓴 곡이에요. 그때 함께 곡을 쓴 친구가 아직도 제 세션을 해주고 있어요. <2526> 앨범의 <이사>도 그 친구가 쓴 곡이에요. 자람 프로젝트의 곡들을 공연 때도 많이 하고 싶은데 랩 파트가 많아서 조금 하기 힘들더라고요. 아쉽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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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처음에 힙합 아티스트들의 피처링으로 활동을 시작하셨잖아요. 그래서인지 힙합 아티스트들과의 작업도 많고 곡도 그런 성향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가사나 소재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대학원 논문도 읽어봤어요.


이아람 : 아, 정말요?(웃음)


Dike : 네.(웃음) 힙합에서 사용된 가사를 분석하고 분류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덕분에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역시 가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작업을 하시나요?


A. 이아람 : 저는 제일 중요한 게 가사라고 생각해요. 새로 앨범이 나오면 곡 정보를 눌러서 가사를 먼저 읽어봐요. 그래서 가사가 와 닿으면 듣고 안 그러면 잘 안 듣는 편이에요. 저는 내가 겪은 것들, 얘기하고 싶은 것들,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가사로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재밌어해요. 제 이야기를 다 알다 보니, 제게 이미 들었던 제 일화들이 곡으로 나오니까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 낸 앨범이 <2526>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었을 때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자람 프로젝트 이후에 2년 정도를 쉬고 다시 솔로로 돌아왔어요. 이 시기 동안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A. 이아람 : 그때는 음악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이별을 겪었어요.(웃음) 피처링은 가끔씩 했는데 학교도 바빴고 팀도 사라지고, 이젠 나 혼자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어요. 막막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찾아가서 할 텐데 그때는 어리기도 했고 지금 당장 앨범을 내야겠다는 마음도 없었던 것 같아요. 뭔가 이별 이후여서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Q.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봤을 때 자람 프로젝트 때와 솔로로 활동하는 지금 어떤 점이 다른가요?


A. 이아람 : 다른 점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팀이면 곡에서 가사나 주제 등에서 두 사람의 의견을 합해야 하는데 혼자 하면 온전히 그 곡 안에 내가 의도한 대로만 넣을 수 있으니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S8BaKBnQtkU

자람 프로젝트 <당신의 한강>




미움받을 용기 그리고 이아람의 음악 Part 2는 3월 12일 화요일 오전 10시에 업로드됩니다.

2526의 그녀, 이아람의 이야기 (2)


이아람을 만날 수 있는 곳

이아람 Insta : https://www.instagram.com/a2ram
이아람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2ram2
이아람 Youtube : https://www.youtube.com/user/leea2ram/videos
이아람 네이버 뮤지션리그 : https://music.naver.com/musicianLeague/musician/index.nhn?musicianId=5545
이아람 사운드 클라우드 : https://soundcloud.com/a2ram
이아람 팬 오픈채팅방 '이아람의 알밤들' : https://open.kakao.com/o/gj5QGSI



장소제공 : 찌라살롱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39)

https://www.instagram.com/jiaxi_sa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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