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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 한수남

by 한수남


꽃신을 신고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남자는 고운 꽃신 한 켤레 사서

여자에게 선물을 했지요


신발은 선물하는 게 아니라는

나이 많은 여인의 충고를 무시했지요

남자는 남겨진 그녀의 신발들을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비 오면 물이 샌다던 낡은 구두를 신고

여자는 말없이 떠나갔지요


어쩌면 꽃신이 남아있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남자는 꽃신을 고이 간직했지요

꽃 피는 봄이 오면, 꽃신 신으러

꽃신을 신고, 꽃길 걸으러

여자는 돌아오고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 꽃들이

마구마구 피어나고 있으니까요.



꽃신(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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