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을 신고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남자는 고운 꽃신 한 켤레 사서
여자에게 선물을 했지요
신발은 선물하는 게 아니라는
나이 많은 여인의 충고를 무시했지요
남자는 남겨진 그녀의 신발들을
우두커니 바라봅니다
비 오면 물이 샌다던 낡은 구두를 신고
여자는 말없이 떠나갔지요
어쩌면 꽃신이 남아있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남자는 꽃신을 고이 간직했지요
꽃 피는 봄이 오면, 꽃신 신으러
꽃신을 신고, 꽃길 걸으러
여자는 돌아오고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 꽃들이
마구마구 피어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