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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 / 한수남

by 한수남


그녀는 주먹밥을 만들면 이상하게 비장해지지

갓 지은 뜨거운 밥에 소금간 조금 해서

두 손을 마주 잡고 꾹꾹 공처럼 누르다 보면

아기 주먹 같은 꼬마주먹밥부터

어른 주먹 같은 주먹밥까지


가족을 어디 전쟁터라도 보내는 심정이 되지

독립투사에게 비밀도시락을 보내는 심정으로


그래, 살아남으려면

똘똘 뭉친 밥한덩이 꿀꺽 삼켜야지

뱃속이 든든해야 잘 싸우고 잘 숨지

김가루, 깨소금 묻히고 참기름 살짝 바를 때도 있지만

대체로 단순하게, 소박하게, 그리고 비장하게


그녀는 입맛 없는 날 주먹밥을 만들어

작은 배낭 속에 넣고 길을 나서지

마치 독립투사가 된 듯 길을 나섰다가

주먹밥 몇 개 먹고 씩씩해져서 돌아온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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