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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수선가게들 / 한수남

by 한수남


롱~~코트를 반코트로,

치렁치렁 종아리에 감기던 낡은 코트자락을

무릎 께로 잘라버리니 한결 산뜻


한참 닳은 뒷굽을 떼어내고

정든 구두에 새 굽을 땅땅 박으니

발걸음도 힘차게 또각또각 산뜻


멈춰버린 손목시계를 서랍에서 꺼내

약을 갈아끼우고 시간을 딱 맞추니

손목 위에서 시곗바늘이 산뜻


대중목욕탕에서 발뒤꿈치 각질을 벗기고

단골 미장원으로 들어서니

미용사는 은빛가위를 들고와 머리카락 끝자락을

샤사삭 잘라주니 기분이 산뜻


동네 까치 한마리 나를 보더니

참 잘했다고 깍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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