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선생 짓 참말로 못 해 먹겠다 싶을 때
그때 하필 눈에 들어오는 한 아이의 눈빛은
왜 그렇게 새까맣게 빛이 나는지요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당도한 정류장
이 많은 행선지 중에 왜 막상 갈 곳은 모두
멀어, 멀어지는지요.
챙겨나온 시집 한 권 무릎 위에 펼쳐놓고
구시대의 유물 같은 시(詩)를 읽으면서
덜컹덜컹, 시인의 고향에나 한번 가볼까요
김밥 한 줄 사갈까요, 삶은 달걀도 살까요?
저는 결국 떠나지 못하리란 걸
이 시집은 알고 있다는 듯
좀처럼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네요.
세상 느린 속도로 제 발목을 잡은 것은
정류장에서 읽는 시집인가요?
우리 반 아이들 새까만 눈동자인가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