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자 하나 바닷가에 주저앉았다
해묵은 지도 같은 손 쥐었다 폈다
양(兩) 다리 사이에다 성(城)을 쌓는다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려가며 다듬지도 않고
한 곳에 계속 모래를 붓기만 할 뿐.
지나가다 쪼그려 앉은 꼬막 같은 손을
아이 에미 같은 것이 불러들인다
시력처럼 가물가물한 기억의 껍질을 뚫고
저만한 딸년이 하나 수세미 같은 머리를 하고
여자 앞을 뛰어다닌다
요 모냥 요 꼴로 고향에 오다니
늙은 여자 쉬어가며 성(城)을 쌓는다
다지고 두드리고 모양을 내며
모래 속에 작별 인사 적어 넣는다
저 바다와 이 모래와 화해하고 싶구나
모래 속으로 파고 드는 늙은 여자
그녀가 빠져 들어가는
생(生)의 가장 깊은 단잠.
남해바다 모래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