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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만두가게

by 수다쟁이

우리 동네에는 매주 화요일 장이 선다

옛날 시골장터처럼 아파트에 장이서면

그날은 단지가 시끌벅적하다.

진열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하는 야채장은 온갖 야채와 나물 등 없는 게 없다.

해산물이 살아 꿈틀거리는 생선장도 물이 좋다.

점심 한 끼 때우기에 적합한 돈가스 집도 줄을 서고

애들 간식으로 좋은 뻥튀기며

갖은 부식품을 파는 밑반찬 집도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만두집은

예약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단연 만두집이다. 두부와 부추를 적당히 넣고

고기만두는 고기를 약간 김치만두는 김치를 약간씩 넣어 맛을 냈다. 만두피는 엄청 얇고 쫄깃하다.

뭔지 모르게 맛있다. 깔끔하고 담백한 만두다.

냉동만두를 먹었을 때와는 다른 신선함과 건강함이 느껴진다.

아침 8시면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천막을 친다.

9시부터 아주머니는 날렵한 손으로 만두피를 직접 밀고 만들어 온 만두소를 넣어 5초쯤 마다 만두를 하나씩 빚어낸다.

커다란 들통 두 개는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하루 종일 만두를 쪄낸다. 쪄진 만두는 숨 쉴틈도 없이 팔려나간다.

바로 옆에서 아저씨는 반죽해 온 도넛을 만들어 기름에 튀긴다. 기름에 튀긴 음식인데도 기름 쩐내가 나질 않는다. 바삭하고 고소하다.

하굣길에 지나가던 아이들도 간식으로 도넛을 입에 물고 하교한다.

중간중간 손님도 받고 전화주문도 받고

두 분이 말하시는 걸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점심은 언제 먹지? 속으로 생각해 본다.

그렇게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일은 밤 8시가 넘어야 일이 끝난다.

일이 힘들어 얼굴에 힘든 기색이 있을 법도 한데

얼굴 표정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결같다.

그런 만두가게를 본 지가 10년도 넘은 거 같다.

아~ 정말 힘들겠다.

어떻게 저렇게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가 있지..

만두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흘끔흘끔 두 부부의

얼굴을 살펴보게 된다.


나라면 어땠을까?

어깨와 허리가 무진장 아플 거 같고

손발은 팅팅 부울 거 같고 죽겠다 죽겠다 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거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 일은 못할 거 같다고 얼마 못 가 그만둘 거 같았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 뒤치다꺼리로 하루가 어찌 가는지 잘 몰랐다.

그런데 아이가 어느 정도 자기 일을 알아서 할 나이가 되자

자꾸 나의 역할이 줄어드는 거 같아 한편으론 좋지만 한편으론

허전한 맘도 들기 시작했다. 나의 존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나의 노후를 어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막연하기만 하다.

잘하는 거 보단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나이가 주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그런 삶이 그냥 살아지는 것도 아니란 걸 안다. 그러기에 만두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내 마음은 많이 부끄럽고 움츠려 든다.

오늘도 나는 부끄러움을 안고 만두를 사러 간다.

만두를 사러 가는 게 아니라 끈질긴 삶과 삶의 열정을 사러 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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