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배운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써먹을 때가 없다. 아르바이트 지원을 10군데도 넘게 했지만 연락이 오는 곳이 없다. 아마도 나이 때문인 것 같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육체적으로도 서글프지만 이 사회에서 설 곳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현실이다.
커피에 대해 백분의 일도 알지 못하지만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평가하는 능력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특히 커피의 맛보다도 한 잔에 담겨 나오는 커피의 얼굴에 대한 평가가 그 커피집의 수준을 판가름하게 되는 것 같아 그것이 맛에 대한 평가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간혹 지인을 만나서 가게 되는 작은 커피숍이나 지나는 길에 문득 커피 한 잔이 그리워 찾게 되는 커피숍의 커피의 얼굴은 천차만별이다.
꼭 하트를 만들어 잔에 담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도저도 아닌 모양으로 대충 미쩍지근하게 나오는 라테를 받았을 때는 후회가 막급하다.
"아~그냥 집에 가서 내가 타 마실걸!"하고 말이다.
성의없이 담긴 커피한 잔
그런데 가끔은 비싼 커피가 아닌 가성비 좋은 가격의 커피가 예쁜 얼굴을 하고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입가에 작은 웃음이 지어진다. 여기 주인은 스티밍을 적당한 온도에 맞게, 공중에서 두세 번 동그랗게 푸어링을 해서 커피를 잘 섞은 다음 예쁜 하트를 담으려 했구나! 하는 게 머릿속으로 그려지게 된다.
한 잔의 커피에 담긴 대접
그러면 왠지 모르게 삼천 원에 하루를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은 정성이다. 작은 것에도 정성을 기울이는 마음이 보이는 건 나이를 먹는 서글픔에 대한 보상일까? 아니면 꼰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