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 Jun 15. 2024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10)

-들깨 콩국수-

비가 오려는지 후덥하고 끈끈한 날씨가 마음까지 축 처지게 하는 하루다.

한마디로 밥 하기 싫은 하루이기도 하다.

입맛은 없는데 배는 고픈^^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외식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마땅한 메뉴가 생각나지 않았다.

나의 여름 최애메뉴는 냉면이지만 저녁을 냉면으로 때우기엔 돈도 아깝고 뭔가 허전한 느낌도 들었다.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이틀 전 사다 놓고 해 먹지 못한 콩국물이 눈에 띄었다.

콩을 불려서 삶아서 갈아서 해 먹는 수고를

한꺼번에 덜어준 콩국물은 아주 훌륭한 간편 식품이면서 슬로 푸드 같아 간단히 해 먹어도

마음 가득 흡족한 생각이 든다.


국수는 적당히 삶고. 고명을 위해 오이를 소금과 식초에 절였다. 그러면 더 쫄깃하고 아삭한 식감이 난다. 살짝 새콤한 맛도 부드럽고 조금은 밋밋한 콩국물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들깻가루 한 스푼을 콩국수에 한 바퀴 둘렀다. 오메가 3가 많이 들어있는 들깨는 혈액순환에 좋은  음식이기도 하고,

콩국물의 맛을 더 깊게 해주기도 한다.

달걀을 하나 삶아 올리고. 집에 있던 돈카츠도 하나

곁들이니 어떤 특별한 외식보다 괜찮은 한 끼가 되었다.



날씨 덕에 마음까지 눅눅해진 하루가 콩국수 덕에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상쾌해졌다.

한 끼를 대충 때운 허전함이나,  비싼 돈을 주고 한 끼를 너무 거하게 먹고 난 후의 죄책감이 없는 아주 적당한 한 끼였다.

어쩌면 그건 음식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인지도

모르겠다.

남편에게 전하는 한 끼는 시간이 갈수록 나를 더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특별히 더..

작가의 이전글 좋은 나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