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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Jun 15. 2024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11)

-명란 해초비빔밥-

누군가 인생은 늘 크고 작은 고난의 연속이다가

가끔 행복한 순간을 맛보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어쩌면 진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고난도 행복도 아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는 요즈음이다.


얼마 전 찾은 대학병원에서는 남편의 눈에 녹내장 말고 다른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좀 더 정밀검사를 해보자고..

50프로의 안 좋을 확률을 알아보기 위해

남편은 뇌엠알아이를 찍고 진료를 보길 기다리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특별한 증상은 없기에

한편으론 마음이 다스려지다가도

한편으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진료를 보고 나오는 순간 머리에 쌓인 걱정거리가

이미 백 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선 사람처럼 마음을 헤집기 시작했다.

오만 잡스러운 생각을 버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 나는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어수선한 집이 더 정신을 어지럽혔기 때문에

정리를 하고 나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아이와 저녁은 간단히 떡볶이로 해결하고

남편을 위한 저녁을 준비했다.

예전에 한번 해초비빔밥을 해 준 적이 있는데

참 맛있게 먹은 기억이 떠올라 절여진 해초를

물에 담갔다. 해초는 30분 이상 담가야지

짠기가 빠진다.

그리고 몇 가지 야채와 초고추장을 준비했다.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한 해초비빔밥을 위해

명란젓을 밥 위해 올렸다.

비벼지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끔 씹히는 알갱이가 입안을 풍요롭게 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된장국을 끓였다.

배추와 두부가 들어간 된장국은 어떤 음식에도

어울리는 국물요리이다.

그냥 그것 하나만으로도 따뜻함을 전해주는

음식이기에 마땅한 국요리가 없을 때는 무조건

된장국을 끓인다.


모든 일의 결과는 내가 노력한 만큼 다 나오지는 않는다. 열심히 했지만 결과는 아쉬울 때도 있고,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그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도 있다. 행운인 것이다.


오늘의 음식은 내가 노력한 이상의 결과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아무런 이상이 없을  50프로의 행운을 기도해 본다.


명란 해초비빔밥


명란 해초비빔밥과 된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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