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다쟁이 Jun 16. 2024

나도 할 수 있다, 홈베이킹(1)

-얼그레이 오렌지 마들렌-

기분이 안 좋다가도 맛있는 빵을 먹을 때면 행복해진다. 그리고 쌉싸름하고 신맛이 살짝 감도는 커피랑 함께한 디저트류의 구움 과자는

여유로운 시간을 좀 더 품격 있게 만들어주는 같아 더더욱 행복해진다.


지나치다 들른 디저트빵집에서 5,6개의 마들렌과 휘낭시에를 사들고 나오면서 문득 나도 집에서

디저트류의 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마침 무료한 시간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차에

색다른 돌파구를 마련한 것처럼 '야호'하고

쾌재를 불렀다.

느긋한 성격이지만 마음이 동하면 갑자기 급해지는 성격 탓에 나는 인터넷으로  괜찮아 보이는 학원을 검색했다. 혹시 누가 알랴? 어느 날 내가 구움 과자 사장님이 되어있을지도..^^




부푼 꿈을 안고 들뜬 마음으로 첫날의 수업에 임했다. 오늘 구울 과자는 얼그레이 오렌지 마들렌

이다. 마들렌을 검색해 보면 : 작은 카스테라 일종으로 버터 밀가루 달걀 우유를 넣어 만든 조개모양의 프랑스과자라고 나와있다.

모양만큼이나 이름도 예쁜 마들렌은 굽기도 쉬운 과자이다. 그래서 아마도 첫날 수업으로 선택된 게 아닌가 싶다.


첫  시간이지만 나름 주부짬밥으로 자신감 있게 수업에 임했다. 


일단 계량을 정확히 하고,  거품이 나지 않게 달걀을 풀어서 밀가루 아몬드파우더 베이킹파우더를 섞었다. 설탕 꿀 그리고 버터 얼그레이 생크림도 넣었다. 마지막으로 오렌지제스트를 넣으면

반죽은 끝이다.


숙성된 반죽을 빵틀에 80 90프로 정도 담았다.

너무 많이 담으면 부풀어 올라서 모양이 이쁘지 않다고 한다. 오븐에 들어간 반죽이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처럼

구워지는 빵이 마치 내가 만든 작품처럼 느껴져

느닷없는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아오르면 잘 만들어진 마들렌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아주 봉긋하게 솟아오른 모양이 뒤뚱거리는 꼬마 아이처럼 귀엽게 느껴졌다.

갓 구운   마들렌

코팅용 화이트 초콜릿을 다시 틀 안에 넣고 구워진

마들렌을 넣었다. 그렇게 잠시 굳히면 한쪽은 하얀 초콜릿 화장을 한 마들렌이 짠 하고 나타날 것이다.


초콜릿을 넣고 굳히는 작업


완성된 마들렌



두 시간 남짓,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무언가 창의적인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그리고 이걸 누구와 나눠 먹을까 생각하니

마음은 더 들떠 있었다.

나이 때문에 자꾸 마음이 서글퍼지는 요즈음

조개모양의 마들렌이 말을 건넨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집에서 실습한 마들렌


집에서 실습한 마들렌


작가의 이전글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