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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수다쟁이
Jul 06. 2024
레이먼드 카버의 -보존-
미국의 체호프라고 불린다는
레이먼드 카버
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다.
'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이지?
'
'
뭐
어쩌란
말이야?'
'
이해할 수 없는 글을 써놓고 뭐가 대단하다는
건지..'
불쑥
화가 나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 궁금증이 자꾸 생긴다.
주인공은 어떤 마음일까?
왜 저렇게 행동했지?
아마 나도 저 입장이면
화가
났을 거야~
세상엔 희한한 종류의 인간이 참 많아.
그러다가도
비정상적인 것 같은 사람들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괴로움에도 공감이
가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게도 되고..
또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인간 본성의
얄팍한 심리를 들여다보게도 되고,
침잠해 가는 나약한 인간 속에 나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결론은 없어도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사람들,
어쩌면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이다.
일자리를 잃은 샌디의 남편은 해고된 날 거실의 소파에서 잠이 든다.
하지만 3개월째 샌디의
남편은 그 소파를 벗어나지 못한다.
샌디가 출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티브이와 함께..
그는 두꺼운 책을 펴놓고
계속 똑같은 페이지를
펴고 읽고 있고
, 가끔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샌디와
하루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 소파에서 누워있거나
잠을 잤다.
늦은 오후
퇴근한 그녀가 요구르트를 먹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연 샌디는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냉장고를 발견한다.
아이스크림은 녹아 흘러내리고, 냉동된 고기들은
상하기 직전의 상태로
녹아있었다
.
하지만
놀고 있는 샌디의 남편은 새 냉장고를 사거나
무언가 새로운 일을 벌이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냉장고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없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샌디와 샌디의 남편은 중고 냉장고를
사기 위해
신문광고를 뒤지다가 오늘 밤에 중고물품 경매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샌디는 그곳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샌디의 남편은 낯선 일을 하기가 자꾸 부담스럽다.
식탁 위에 올려진
녹아버린
냉장고 속
물건에서 새어 나오는
물기는 식탁밑으로 떨어지며
샌디
남편의
맨발
옆에 고인다.
샌디의 남편은 다시
자신의 소파로
돌아가고 샌디는 경매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다.
샌디의 남편은 고장 난 냉장고처럼 아직 고장 날 때가 아닌데 너무 쉽게 고장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안에 있던 내용물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의 내면도 상하기 직전의 고기처럼
흐물거리며
변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처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남편도 더 이상 그
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인식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시도하기는
어렵다고 느낀다.
그래서 남편은 다시 자신의 보호막처럼 느껴지는 소파로
돌아가고 만다.
남편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샌디는
더 이상 그렇게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고칠 수 없다면 중고 냉장고를 사거나 다른 변화를
꾀하는 수밖에는 없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변화 없는 일상은
그녀의 부모님이 싸우고 이혼해야 했던
불행한
과거마저도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괴롭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보존이란 말을
곱
씹었다.
보존은
어쩌면
정체이고
썩
어가는 것이다.
거실 속에
놓인
소파가
가라앉는 것처럼
서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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