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에서 본 세상-
여행의 시작은 싸움이다.
여행 전 남편이랑 톡으로 언쟁을 했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 타는 건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야!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라고!"
정신력의 문제를 일삼으며 모든 놀이기구를
타야 한다는 남편의 입장과 맞선 나의 불굴의 저항이었다.
쓸데없는 도전을 대단한 정신력인 것처럼
위장하는 남편덕에 나는 많이 화가 나 있었다.
오늘의 헤맴은 즐거움이 되진 못했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남편 덕분에 열차는 이미
한 대 놓치고 말았다.
반대로 가는 열차를 탄 우리는 내려서 다시 반대로 가는 열차를 타고선
일본의 지옥철을 경험했다.
물밀듯이 자꾸 사람들이 밀려들어왔다.
막무가내로.. 무작정.. 한꺼번에..
다행인 건 그 구간이 딱 두 정거장이었기에 망정이지
숨이 막혀 이래도 되나 싶은 위기감을 느꼈다.
행복으로 가는 열차를 탔지만
그 여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인생이 그런 것처럼..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지 않겠다던 나의 처절한 외침은 어디론가 자취도 없이 감춰버리고
나는 모든 놀이기구 앞에 당당히 줄을 섰다.
지금 나는 50대가 아닌 것처럼
미친 듯 뛰어다니며 안 탔던 어트렉션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한껏 남편이 주장하던 정신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비싼 익스프레스 패스권이 나를 그렇게
다시 태어나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신력을 운운하던 남편은 해리포터를
타고는 어지러워 구토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큰소리치며
"정신력은 어디 갔어?"하고 놀려댔다.
두통약을 하나 챙겨 먹은 남편은 다시 약발로
정신력을 다지며
두 번째 최고난도쯤 되는 할리우드 드림 더 라이드를 끝으로 50대를 하얗게 불태웠다.
어트렉션이 움직이기 전 옆에 앉은 젊은 청년과 눈인사를 했다. 무서움과 공포를 같이 나눌 전우에 대한 짧은 인사인 셈이다.
곧 나는 "아~~ ~~"하는 처절한 외침과 함께
후드티에 머리를 숨기며 눈을 감았다.
그러다 어느 구간에서 잠시 눈을 뜬
세상은 갑자기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세상의 관점은 내가 어느 각도로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던 3초 동안
불현듯 깨달았다.
하늘을 오르락내리락
이름조차 생소했던 유니버설 놀이기구 이름은
나올 때쯤 머릿속에 온전히 입력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반짝이는 화려함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시 지하철에 올랐다. 아쉬운 건 미니언즈 캐릭터 모자를 사고
싶었는 데 너무 비싸 사지 못했다는 아쉬움뿐이었다.
유니버셜은 딸을 위한 선택지였지만 40대여도
50대여도 60대여도 늙지 않는 마음은 늘 어딘가에
남아있다. 귀여운 것을 보면 좋고, 예쁜 것을 보면
사랑스럽고. 남들이 하는 것을 나도 같이 하고 싶고..
오늘 나는 딸과 함께 10대의 삶을 온전히 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