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는 만드는 사람이 묻어난다-
여행의 시작은 브런치다.
아침 일찍 밥을 하지 않는 주말의 아침은
나도 아이처럼 해방감이 든다. 아침상을 대단히
잘 차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유니버셜이란 커다란 숙제를 끝내고 난
일본에서의 세 번째 아침은 가장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아침과 점심사이 브런치를 먹기에 딱 적당한
날이다. 시간이 주는 여유는 마음까지 부드럽게 감싼다.
뚜벅뚜벅 동네 마실 가듯 찾아간 카페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의 카페였다.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만드시는 남자 사장님과 직접 찾아와 주문을 받으시는 단발머리의 여자사장님은 오랜 경력이 묻어났지만
매사에 깍듯했다. 손님에게 대하는 태도나 서비스에서는 친절함이 배어있었다.
카페는 80~90년대쯤의 커피숍 같은 느낌이지만 일본특유의 정갈함이 있었다.
음식을 맛볼 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노부부에게 묻어나는 단정함이 음식에도 묻어나겠구나 싶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프렌치토스트와
샌드위치와 커피는 여유로운 아침을
더 느릿하게 따뜻한 시간으로 몰고 갔다.
마음의 고삐가 풀린 남편은 왠지 모르게 싱글벙글하며 주문을 받는 여사장님에게
자꾸 말을 걸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영어도 일본어말도 서툰데 말이다.
가끔은 영어랑 일본어로 얘기하다
중국어 "셰셰"를 섞어 쓰는 바람에
도대체 저 사람의 국적은 어디인 거야?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해프닝을 혼자
만들고 있었다.
딸과 나는 얼굴을 마주 보며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모르는 사람처럼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그냥 나오기가 못내 아쉬워 커피 한 잔을
더 마시고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셋째 날 아침의 기억이 좋아서 네 번째 아침메뉴도
브런치로 정했다. 이번엔 남편이 안내한 카페였다.
전통적인 복장을 한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서빙을 하는 옛날 분위기의 카페였지만 정겨운 느낌은 갖지 못했다.
친절함이 묻어나지 않는 형식적인 서비스에서는 온기를 느끼지 못했고,
커피는 미지근했으며, 팬케이크는 살짝 퍽퍽했다.
에그샌드위치도 그냥 그랬다.
오랜만에 보는 각설탕만이 잠시
우리를 미소 짓게 했을 뿐이다.
어제보다 비싼 브런치를 먹고
어제의 프렌치토스트와
어제의 커피의 향기가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