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by 수다쟁이

친구가 권해준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는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은데.. 부럽다.


작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기의 영역을 구축하고

자기만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구나!

똑똑하나 똑똑한 척하지 않고

사회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과하게 드러나지 않고

가끔 허점도 있지만 자기 일에 몰두하고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이나, 질척대지 않으며

와이프를 사랑하나 일반적으로는 친구 같고

제멋대로 살아가지만 제대로 살고 있는

그리고 시종일관 사람에 대한 따뜻함과

삶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사실 요즘 나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부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만의 것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내는 거 같아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과감하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

그래서 뭔가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




그러면 이제 나에 대해 한 번 들여다볼까?


나는 무식한데 무식하지 않은 척하며

사회의식이 없는데 남을 비판하고

자기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온갖 슬픔을 모조리 내 슬픔인 양 질척대며

남편과는 성격이 늘 맞지 않아 투닥거리고

제대로 사는 것 같지만 아무렇게나 살고 있는

평범한 듯 너무나 어리석은 인생


특히 우리 부부는 항상 상대를 비판하는 말투로

10여 년을 살아왔다. 온갖 불만투성이에 만족이란 건 없고 장점보다는 단점을 찾기에 급급했고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관계라는 것이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건 나이가 주는 가르침인데

사소한 진리를 외면한 채 항상 서로를 할퀴기에 급급했던 관계

어쩌면 서로에게 묵묵히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는 걸 왜 지나치고 사는 것인지..


그리고 인생의 반을 넘어 살고 있는 지금

나도 작가처럼 인생을 재밌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청춘은 청춘대로 힘들었고 인생의 중반기는 늘 어두운 그림자가 내 뒤에 따라다닌다는 버거움을 핑계로 시간에 이끌려 살아왔으니 이제는 좀

집중해서 내가 시간을 이끌고 살아낼 수 있을까?

진지하다는 건 심각하다는 것이므로 진지한 건 이제 좀 미뤄두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부부가 좋아하는 일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과도 많이 닮아있다.

요리를 하고 글을 쓰고 꽃꽂이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그러나 다른 건 나는 작은 것에 눈길을 주지 않으며 꾸준히 열심히 하지 않고 게으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새롭지 않고 그날이 그날 같고.


책은 어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삶 속에서 내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일인 것인지 그리고 부끄럽게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작가의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을 따라

나만의 특별한 삶의 이유를 찾고 싶다.




마음속에 담고 싶은 책 속의 한 줄!

(P289~P290)
그렇다. 자책할 것도 없고 조급해할 것도 없다.
지금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비 오는 날에는 빗소리를 듣고 눈 오는 날엔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여름에는 찌는 듯한 삼복더위를,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다도는 그런 삶의 방식을 어려운 이론 없이 '몸으로 익힐 때까지 반복해서' 가르쳐준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힘든 날이지만 동시에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기도 한 것이다. 비록 느리고 고단해도 지금처럼 날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고마워하고 또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인생은 그럭저럭 살만하지 않겠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