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식모라고요?

by 수다쟁이

얼마 전 시댁 조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코로나 상황에도 젊은 청춘들의 결혼식은

행복하고 활기차 보였다.


근데 이상한 건 결혼식에서 보면 항상 신랑 측 부모들은 울지 않는데

신부 측 부모들은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 많이 서운한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시아주버님도 형님도 모두 눈물을 감추려 애를 쓰시는 듯했다.


그 모습에 딸을 가진 나도

아! 나도 딸이 결혼할 때 저렇게 눈물이 날까? 하며 같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그럴까?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딸은 시집을 보내서 남의 집 식구가 되는 느낌이 드는 건..

나도 옛날 사람이라 그런 건가?




며칠 후 멀리서 결혼식에 오신 시어머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잘 도착하셨죠? 힘드시진 않으셨어요?

형님이 많이 우시더라고요..

큰아들 하나 더 얻으셨다 생각하심

하나도 안서운 하실 텐데..

그리고 요즘은 딸이랑 사위가 더 잘해요.." 하며

나름 위안의 말을 어머님께 대신 전했다.


나의 말에

어머님은 "옛날에는 며느리를 식모처럼 생각했다"

느닷없는 어머님의 말씀에

띵! 하고 뒤통수를 무언가로 얻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내 피가 제대로 순환을 하고 있나!

몸의 모든 근육들이 일시 멈추고 있는 거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잠시 후에..

어머니 누가 요즘에 며느리를 식모처럼 생각하냐고

목소리 높여 반박을 했다.

그리고 안부전화를 어찌 마무리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80이 넘으신 어머님 세대는 정말로 며느리를 식모로 생각했을까?

아니면 우리 어머님만 유독 그런 생각을 가지신 것일까?

그래서 시집살이가 무슨 가문의 보물인 양

내려오는 것일까?

그 시대를 몇십 년 살아오신 어머님의 몸과 정신은

시집살이로 단련된 것일까?

그래서 요즘 하는 시집살이는 아무것도 아닌 양 생각하시는 것일까?

이해를 하자면 삶이 그랬기에 삶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결혼을 하고 몇 년 동안은 나도 시집살이라는

이름의 명명된 일들을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 일들로 남편과도 많이 부딪히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꼭 시집살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그 시간들은 참 낯설고 힘들었다.

다르게 살아온 가정에 시집가서 다르게 살아온

가족들과 서로 어울려 그 집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의 방식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에 나를 맞추고 적응하기까지의 시간들..

해야만 하는 당위성만 있는 시간들은 나라는 존재는 없고 시집 가풍에 대한 시간들만 있었던 거 같았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그 시간들을 슬기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에게 시댁 문화에 적응할 시간을 좀 주었으면 좋았을 걸.

당연한 게 아니라 나의 의견을 물어주었으면 좋았을 걸.

피치 못할 사정에 배려를 해줬으면 좋았을 걸.

실수한 부분이나 모자란 부분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차분히 알려주고 이해해주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어쩌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인데, 사람들은 마음은 없이 항상 자기가 해왔던 형식만을 강요한다. 우리가 이렇게 해왔으니 너도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빈껍데기인 형식을 채우느라 마음은 상처로 돌아오는 시간들이기도 했다.




먼 길을 돌아 우리는 남편과 아내가 되었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되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아주 특별한 인연이 된 것이다.

그런 소중함을 우리는 마음속에 지니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결혼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서로 도우며 사는 것임을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을 더욱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임을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만들고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사랑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배려와 사랑이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도 닿아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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