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김영하-

--나를 발견하고 나를 버리는 여행은 곧 삶이다--

by 수다쟁이


나에게 여행의 이유는 무엇일까?

던져보지 않은 질문 속으로 김영하 작가는

나를 이끌었다.


나에게 여행은 새로움이나 설렘을 간직한 시간이기보다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나 힘겨운 여정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으로 기억되는 면이 많았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과 낯선 환경을 즐기기보다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는 강박이 늘

마음 한구석을 지배했었다.


삶의 연장선에 여행이 자리 잡은 게 아니라

여행은 삶의 줄다리기에 경계선을 벗어난

고된 일탈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늘 여행은 휴식이 아닌

일상과는 별개의 또 다른 일처럼 느껴졌었다.

어쩜 그건 삶과 여행을 다르게 생각하고

낯설고 새로운 곳에서 나의 고착된 생각을

변화시키기 두려워하는 어리석음에 대한

질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착보다는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며 환대를 받고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과거와 미래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를 사는 사람.

인생이란 여행은 먼저 도착한 이들의 환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이 순환되어야 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여행은 내가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영하 작가에게 여행은

곧 삶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우리는 가고 있고

그 길에서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때론 그 길이 다른 길을 인도하고

뜻하지 않은 인생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삶을 살아가듯

나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잘난척하는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아님 신으로부터 또는 운명으로부터 호되게 시험대에 오르게 되거나

아픔을 겪고 나서야 겸손해진다.

여행자로서의 nobody는 인간의 삶에서도 nobody를 요구한다.


김영하 작가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nobody였던 삶을 실천하는 사람 같았다.

인류는 푸른 행성에 온 승객이고, 푸른 행성 안에서도 작가는 여행자이다.

작가는 내가 주인공인 삶을 위해 여행을 하고,

우주의 순환의 구조를 경험하며,

삶에 집착하지 않는다.

우리는 곧 사라질 것이므로..

그의 정신은 자유롭고

그는 떠도는 삶이 행복하다.




작가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내가 왜

여행을 힘들어했는지 알 거 같았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마치 영원히 깨지 못하는 알처럼

단단한 알속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어쩌면 삶에 대한 집착이거나

변화에 대한 회피일지도 모르겠다.


새장밖에는 넓은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두려운 새는

창살이 없어도 그 새장이 나의 영원한

안식처인 양 날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알 속에 갇힌 내 몸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꺼운 알에도 조금은

금이 가는 걸 느꼈다.


여행이 나에게 삶의 원점은 될 수 없지만,

나의 집착을 덜어낼 수 있는 변화의 시간이길

기대해본다.



마음에 담고 싶은 책 속의 한 줄!

P51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와 기억의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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