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초상 -오사게렌발-

-마리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

by 수다쟁이


얼마 전부터 아이는 자꾸 나에게 "엄마는 정말 나 사랑해?"하고 물어본다.

"그럼 자식 안 사랑하는 부모도 있니?"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근데 그건 왜 자꾸 묻는데?"

"어 엄마가 예전에는 나를 사랑하는 거 같았는데 요즘은 나를 안 사랑하는 거 같아서"


한참을 무심히 지나다가

가끔 딸에게 밥 말고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고 느낄 때

"○아! 엄마가 좋은 엄마가 못돼서 미안해~

늘 게으르고 뭐든 대충하고 맨날 힘들다고 놀아주지도 않고.."


"아냐 ~ 엄마는 좋은 엄마야 친절하고 나한테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맨날 밥도 하고 집안일도 하잖아~"




(가족의 초상)에 나오는 마리와 엄마의 위선적인 대화가

나와 딸의 모습과 닮아 있는 거 같아 나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그리고 마리의 모든 언어가 다 나를 향해 공격하고 있는 거 같아 한동안 괴로웠다.


"엄마 아빠는 왜 나를 무시하고 비웃어 웃지 마!"

"엄마는 나를 왜 칭찬해주지 않고 잔소리만 해~~"

"엄마 아빠는 왜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만 생각해?"


처음에는 마리의 엄마 아빠가 이해되기도 했다.

무작정 짜증을 내는 마리를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마리는 태생이 너무 까탈스러운 아이인가?

저런 아이는 키우기 너무 힘들겠다.

나를 이해해주지 않고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이랑 사는 것도 끔찍하고,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을 수도..

아빠는 회사일 만으로도 머리가 터지겠지..


하지만 책을 계속 읽고 읽고 읽을수록 엄마의 말은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리가 너무 가여웠다.

마리를 성추행하려 했던 아저씨도 느낄 만큼

마리는 엄마를 사랑하는데

늘 엄마는 자기 방어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나는 너한테 이제 필요한 존재가 아닌 거 같아."

"나한테는 문제가 없는데 내가 왜 상담을 받니"

"꼭 엄마가 딸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네가 당한 파렴치한 일을 내가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아.


순간 나는 마리의 엄마가 괴물처럼 느껴졌다.

괴물이 착한 마리를 괴물처럼 변신시키고 정작 자신은 도망쳐버렸다. 마치 좀비처럼..


마리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아빠랑 감정의 소통을 하고 싶었고,

엄마가 자기의 상처를 보듬어 주길 바랬는데..

사람들은 마리를 정신병자 취급하고 예민하다고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시선으로만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내편이 없는 마리는 너무 외로울 거 같았다.

마리가 만약 내 옆에 있다면 마리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었다.


"마리야!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

못난 어른들의 잘못이지..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아프지 말고

사랑한다. 마리야!"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도 늘 내가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고만 생각했다.

힘들고 지치고 내 인생은 하나도 없는 삶

나의 힘듦을 위로받고 싶어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하루하루.

변명을 하자면 나도 역시 처음이라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배고프지 않게 밥을 주고, 깨끗이 씻겨주고, 공부시키고, 가끔 나들이를 가주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전부라 생각했었다.

사실 그 일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버거웠으므로..

하지만 아이는 뭔가에 늘 목말라하고 심심해했었다.


그건 바로 내가 아이와 함께

나의 정서를 공유하지 못했고, 대화하지 못했고, 바깥세상은 이런 것이야, 하고 보여주지 못해서 일 텐데..


같이 일상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터득해야 하는 일을

나는 내 일 따로 아이를 위한 삶을 따로

분리해 놓고 사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놀아주지 않고 같이 놀아야 하는 것인데

같이 소통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나의 희생으로만 느꼈던 건 아닌지..

나는 마치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야 하는

일감처럼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래서 늘 최선 아닌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딸은 모자라고 부족하고,

지치면 '엄마는 이젠 몰라 네가 알아서 해'라고 상처를 주고,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고 네가 엄마를 좀 이해해주면 안 되겠니?

나는 너를 교육시켜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으니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거야!

라는 말을 자주 했던 거 같다.

마치 마리의 엄마처럼.. 말이다.


하지만 난 책을 통해 정작 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절대적인 믿음을 주는 건 자식이라는 걸 깨달았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의지하고 사랑할 만한 대상은 부모밖엔 없으니까..

이 말이 사실 이 책을 통해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그리고 영화 식스센스의 반전처럼 충격적이었다.


아이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 세상의 많은 부모들은 알고 있을까?

그 사랑을 모르고

아! 힘들어.. 피곤해..

넌 대체 왜 그러니? 하며 상처 주는 말을 쏟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오늘 나는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

엄마가 너의 말을 잘 들어주지 못해 미안해!

너를 진심으로 존중해주고 마음 깊이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해!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에게 용기를 주고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아!

네가 나를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워!



마음에 담고 싶은 책 속의 한 줄!

P97
다들 항상 그러잖아. 부모가 자식들한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푼다는 게 얼마나 놀랍고 훌륭한 일이냐고.
하지만 간혹 그 반대의 사실을 내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자식들이 부모에게 바치는 무조건적인 사랑.
그 끝없는 사랑과 절대적인 믿음을 부모 입장에서 공정하게 평가하기 시작해야 한다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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