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탐방

-오랜 과거로의 여행-

by 수다쟁이


엄마! 국립중앙박물관은 볼게 많아?

글쎄.. 뭐 특별한 게 있을까?라고 말을 건네며 문득 아차차하는 말을 입으로 뱉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선생님께서도 얘들아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는 거야'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터라. 급하게 인터넷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은 규모부터 어마어마했다. 아! 내가 오십에 가까운 나이를 서울 근교에 살면서 이런 곳을 한 번도 안 와봤구나! 하는 무지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마음속에 덮어두고 빨리 예약할 수 있는 날짜에 예약을 했다.


두근두근 살포시 긴장되는 마음을 억누르고 도착한 박물관은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답고 웅장했다.


가을날의 하늘과 손을 잡을 수 있을 것같이 늘어선 계단과 계단 위에 앉아 자기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은 박물관에서 느끼는 엄숙함과는 다르게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누군가의 많은 손길이 닿았으리라 생각하니 고맙고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간혹 외국인들이 눈에 보이기도 했는데, 외국사람들도 우리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이런 곳을 오는구나!

과연 '그들은 어떤 감흥을 가지고 돌아갈까?' 궁금하기도 했다.


좀 더 어릴 적의 아이는 미술관, 박물관 이런 정적인 체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교육학자들이 말하는 구체적 사고를 하는 시기가 되어서는 뛰어노는 것보단 오히려 보는 것에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내심 아! 교육학자들이 괜히 말을 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혼자 웃었다.


구석기시대부터의 조선시대까지의 여정은 4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주먹 토기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의 무기에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유물은

신라시대에 이르자 엄청 화려한 자태를 뽐냈다.

금이라서 더 멋져 보이는 걸까?^^

내가 아주 먼 옛날 태어났더라면 신라시대의 공주로 태어나고픈 생각을 했을 정도로 신라시대의 문화유산은 아름다웠다.

아마 딸도 그랬으리라..^^


고려와 조선시대를 넘어오면서는 문서와 활자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말로만 듣던 삼국사기 직지심경 요체 팔만대장경 대동여지도를 직접 보게 되다니..

멀리 있던 그 시대가 마치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소리 없는 벅참이 느껴지기도 했다.

시대를 지난 역사적 문서들은 그 시대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 시대를 거쳐 지금의 우리가 여기 존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훗날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까?

어쩜 휴대폰이 전시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재밌는 상상을 하며 하루 일정으로는 버거운 박물관 투어를 마쳤다.


돌아오는 길에 딸에게 오늘 박물관 탐방이 어땠어?

하고 물어보니, '신기하고 재밌었단다. 책에서 보던 걸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게..' 신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비슷비슷한 모양들의 돌조각 같지만 현대로 거슬러 올라오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지는 그릇과 농기구들의 작은 변화들,

옛 선인들의 지혜로움과 삶의 모습들,

어려운 위기에 민족의 자긍심을 키울 수 있었던 문서들, 그런 문서들이 만들어지기까지 위인들의 무한한 노력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사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도 마음으로 그 흔적을 이해했던 거 같다.


항상 아이를 키우며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

나는 그저 평범한 엄마이고 특별한 것이 없는 사람인데 하는 자책도 많이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한테만큼은 나보다는 뭔가 다른 경험치를 주고 싶은 게 엄마의 욕심이라면 욕심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 아이에게 가을날의 아주 멋진 하늘과 4시간의 짧은 시간 동안 만년이라는 시간을 거스르는 값진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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